한국일보

누리호가 연 ‘우주 제약’ 시대…미세중력서 신약 만든다

2025-11-29 (토) 05: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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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트루다·릴리·아스트라제네카 등 우주 실험 가속

▶ 국내 기업도 우주 단백질 결정화·우주의약 본격 진출

누리호가 연 ‘우주 제약’ 시대…미세중력서 신약 만든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7일(한국시간)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번 누리호 4차 발사에는 무게 516㎏ 주탑재위성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부탑재위성 12기 등 총 13기 위성이 실렸다. 2025.11.27 [연합뉴스]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하면서 향후 한국 우주 산업의 핵심 분야가 될 '우주 제약'도 주목받는다.

우주 제약은 우주 환경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고 의약품을 제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주에서는 미세중력을 토대로 지구에서는 어려운 단백질 구조 분석이나 고순도 약물 제조 등을 수행해 더 우수한 약을 만들 수 있다. 우주 환경 자체가 하나의 자원이 되는 셈이다.


우주 제약의 포문을 연 건 글로벌 제약사 머크다.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개발한 이 회사는 2017년 항암제 주성분 '펨브롤리주맙'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내 단백질 결정 최적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무중력 환경에서 더 균일하고 점도가 낮은 결정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머크는 해당 연구를 기반으로 지구에서도 키트루다를 균일하고 작은 입자로 만드는 실험을 진행했고 이에 힘입어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을 개발했다. 키트루다 SC는 올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 허가됐다.

일라이 릴리는 항공우주 제조업체 레드와이어와 함께 만성 질환 등에 중점을 두고 우주에서 신약 개발을 추진한다. 회사는 우주에서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는 레드와이어의 의약품 제조 플랫폼 '필-박스'를 활용한다.

아스트라제네카도 나노입자와 무중력상태를 이용한 신규 약물 전달 기법과 물질 개발을 진행했다.

국내 기업도 우주 제약 산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우주 의약 전문기업 스페이스린텍은 이번 누리호 4차 발사 때 우주 미세중력에서 단백질을 결정화하는 실험용 큐브위성 'BEE-1000'을 실어 보냈다. 펨브롤리주맙 결정화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9월에는 자체 개발한 우주 의약 연구 모듈 'BEE-PC1'을 ISS로 보내 지난달 자동 단백질 결정화 실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해당 모듈은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에서 단백질 결정화 실험을 수행하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회사는 미세중력 환경에서도 고순도·고균질 단백질 결정을 자동화 공정으로 확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전했다.

우주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도 스페이스린텍, 우주탐사 기업 인터그래비티테크놀로지스와 우주 신약 개발 분야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보령은 미국 우주 기업 액시엄스페이스와 암, 노화, 정신질환 등 분야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우주 산업이 본격화하면 임상 약사의 역할도 확대될 전망이다.

경상국립대학교 약학대학·약학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한국임상약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우주 환경에는 우주방사선 노출, 미세중력, 극한의 온도 변화 등 약물 안정성과 유효성에 영향을 미치는 고유한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주 환경에 특화된 약물 안정성 평가, 최적 투여 전략 수립, 약물 상호작용 모니터링 및 부작용 관리는 필수적"이라며 "이는 기존 우주 의사의 역할과 차별화되는 임상 약사의 전문 영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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