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녀 용돈 관리… 이제는‘키즈 금융 앱’으로

2025-11-24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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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부름 완료하면 용돈
▶ 과도한 지출하면 알림

▶ 그린라이트·에이콘스얼리
▶ 재스비·모닥·카칭가·팸주

자녀 용돈 관리… 이제는‘키즈 금융 앱’으로

자녀들의 용돈 관리에 디지털 앱을 적극 활용하는 부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앱 하나로 집안일 배정, 자녀 운전 상황 확인, 저축 격려 등 자녀의 재정 습관을 관리할 수 있는 이른바 ‘키즈 금융 앱’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

자녀들의 용돈 관리에 디지털 앱을 적극 활용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부모가 스마트폰 하나로 집안일을 배정하고, 자녀의 운전 상황을 확인하며, 저축을 격려하는 등 자녀의 재정 습관 및 일상 생활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키즈 금융 앱’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 ‘딸이 과속 중입니다’…자녀 운전 확인

애슐리 밀우드 씨는 얼마 전 스마트폰이 연이어 울리자 단번에 이상함을 느꼈다. 십대인 두 딸이 친구들과 함께 외출 중이었고, 운전은 친구 어머니가 맡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밀우드 씨의 ‘그린라이트’(Greenlight) 앱에 경고 알림이 계속 뜨기 시작했다.


차량이 제한속도를 시속 20~30마일씩 초과해 달리고 있다는 메시지였다. 놀란 그녀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고, 운전자가 부모가 아니라 운전 연습허가증만 가진 또래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성인이 동승하지 않으면 운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밀우드 씨는 “앱 덕분에 위험한 상황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고 다행히 사건은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현재 밀우드 씨의 딸들이 모두 십대가 되면서 그는 앱을 주로 안전운전 모니터링 기능 때문에 사용하고 있다. 과속, 급제동, 급회전, 주행 중 휴대전화 사용 등 위험 요소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알림을 보내며, 운전이 끝난 뒤에는 점수까지 제공한다. 그녀는 딸의 휴대전화 화면이 깨졌을 때 그린라이트의 보험 기능을 이용해 교체비용을 보상받기도 했다.

■ 심부름 값도 앱으로 이체

밀우드 씨처럼 많은 부모들이 요즘은 자녀를 위한 각종 키즈 및 패밀리용 체크카드 앱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들 앱은 기본적으로 용돈 관리와 집안일 배정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사용자층에 따라 다양한 부가 기능도 제공한다. 용돈 관리 기능을 갖춘 ‘에이콘스 얼리’(Acorns Early), 디지털 지갑을 제공하는 ‘재스비’(Jassby), 집안일 리스트를 작성하는 ‘모닥’(Modak), 연령 제한 매장에서의 구매를 차단하는 ‘카칭가’(Kachinga), 소비 분석 기능의 ‘틸’(Till), 선불카드 형태의 ‘팸주’(FamZoo) 등이 대표적이다.

밀우드 씨는 딸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시절, 매주 주어지는 용돈을 집안일과 연결해 동기부여를 하려고 그린라이트 앱과 체크카드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차트를 만들어 붙여두는 것보다 훨씬 편했다”라고 사용 이유를 설명했다. 딸들이 앱에서 집안일을 완료했다고 표시하면, 밀우드 씨는 즉시 그 주의 용돈을 계좌로 이체해줄 수 있었고, 지출 내역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키즈 금융 앱은 이 같은 ‘집안일 기반 지급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모닥처럼 부모가 미리 여러 가지 심부름 목록을 만들어두면, 자녀가 먼저 선택해 추가 용돈을 벌 수 있게 하는 메뉴형 기능을 제공하는 앱도 있다.

■ 2020년 이후 사용자 급증


그린라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자사 앱을 통해 아동 및 청소년이 관리한 금액은 총 20억 달러를 넘었다. 주당 평균 용돈은 13달러42센트, 선물이나 외부 아르바이트 수입까지 포함한 월평균 지출액은 126달러였다. 가장 많이 지출된 곳은 아마존으로 약 7,100만 달러, 음식 배달앱 도어대시는 약 4,500만 달러였으며, 저축에 사용된 금액도 약 2억5,900만 달러를 넘었다.

이처럼 아동 및 청소년용 금융 앱과 체크카드 사용 금액이 급증하는 것은 그 수요가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라이트는 2020년 이후 이용자가 400만 명 이상 늘었다. 다른 주요 업체인 에이콘스 얼리는 올해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에서 100만 명, 전 세계적으로 330만 명 이상의 아동 사용자 기반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들 앱은 기본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지만, 추가 기능을 원하면 이용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월 5달러 안팎에서 시작하는 유료 구독은 캐시백이나 이자 기능 등 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 용돈 관리 교육 효과 톡톡

칼 영, 레이철 영 부부는 몇 년 전부터 두 자녀, 밀라(12세)와 리암(8세)에게 돈 관리 교육을 돕기 위해 에이콘스 얼리 앱을 사용해왔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앱의 교육용 영상을 보며 기초 개념을 익혔고, 지금은 체크카드와 앱을 통해 자신의 계좌에 얼마나 돈이 있는지 직접 확인하며 관리하고 있다. 밀라는 베이비시팅을 할 때도 이 앱을 활용한다. 집 뒤뜰에서 2주간 여름 캠프를 열었을 때는 ‘선물 링크’ 기능을 이용해 참가자들로부터 비용을 받기도 했다.

부모 역시 자녀가 결제할 때마다 알림을 받을 수 있고, 필요하면 미리 지출 한도를 설정해둘 수 있다. 학교가 끝난 뒤 스낵을 사는 등 소액 결제 알림이 주로 뜨지만, 뜻밖의 경우도 있다. 어느 날 남편 칼의 앱에 지역 피자가게에서 25달러 결제 알림이 뜨자 그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당황했다. 알고 보니 리암이 친구들에게 피자 한 조각씩을 대접한 것이었다.

레이철 씨는 “부모 허락 없이 큰 지출을 하려고 할 때, 리암은 앱에서 잔액을 확인하며 ‘친구들에게 한턱 낸 돈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후회한다”라며 경제 교육 효과를 설명했다. 또 부부는 자신들의 카드 대신 리암의 에이콘스 체크카드를 게임 플랫폼에 등록해주자, 리암은 자연스럽게 게임에 사용하는 지출을 줄였다. 영 부부는 전반적으로 앱 사용 이후 아이들의 불필요한 소비가 확연히 줄었다고 말한다.

■ 개인정보 보호장치 설정해야

비영리단체 페어플레이에 따르면 이들 앱 사용 시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우려가 뒤따른다. 조시 골린 대표는 “기업들이 수 십 쪽짜리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보내지만, 그걸 꼼꼼히 읽는 부모는 거의 없다”라며 “데이터 수집을 제한하고, 목적이 끝나면 폐기하도록 의무화하는 개인정보 보호법이 더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뉴헤이븐 대학 짐 모스 교수는 이들 회사가 수집하는 데이터의 과도하게 구체적인 점 역시 문제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사용자가 반복적으로 소비하는 시간대 같은 실시간 정보가 축적되면, 업체들은 이를 기반으로 더욱 정교한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상 아이들의 하루를 미세하게 추적하는 것과 다름없다”라며 해킹이나 피싱 등 추가적인 보안 취약점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와 함께 보호장치를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아이폰을 사용한다면 ‘설정’ → ‘개인정보 및 보안’ → ‘앱 개인정보 보고서’에서 각 앱이 위치 정보나 연락처 등 어떤 정보를 얼마나 자주 수집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 모든 스마트폰에는 ‘앱 추적 금지 요청’ 기능이 있으며, 위치 정보 공유 요청이 뜨면 이를 거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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