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화 상·하원의원 등과 연쇄회동…의원들, 케이크에 ‘생일축하’ 노래 합창
▶ 바이든측, 3년전 의회 폭력시위 부각…민주 “내란선동자의 범죄현장 방문”
워싱턴 방문한 트럼프 전 대통령[로이터]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 1·6 의회 폭동 사태 이후 3년여만에 연방의회 의사당에 '화려한 컴백'를 했다.
11월 대선을 5개월 정도 앞두고 하원은 물론 상원의 환영을 받으면서 공화당이 사실상 '트럼프 당'이 됐음을 알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아가 주요 업체 최고경영자(CEO)도 '줄 대기'에 나서면서 강화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생일을 하루 앞둔 이날 오전 의사당 인근의 '캐피털 힐 클럽'에서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들과 조찬 회동을 했다.
참석 의원들은 단체로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열렬한 지지를 표현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로저 윌리엄스(텍사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전날 경기에 사용한 야구 방망이와 공을 선물로 줬다.
공화당은 전날 의회 야구 경기에서 민주당을 31 대 11로 이겼다고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여론조사 수치를 비롯해 선거 상황에 대해서 언급했으며 낙태 문제 등 정책 이슈에 대해서도 발언했다고 참석의원들이 전했다.
그는 낙태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성 유권자에 대해서 존경심을 보여야 하며 신중하게 언급해야 한다는 점도 거론했다.
그는 국경, 세금, 관세 등의 다른 이슈도 언급했으나 전체적인 회동의 성격은 단합 대회(pep rally)였다고 맷 게이츠 하원의원(플로리다)이 미국 언론에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원에 이어 이날 날 의사당 인근 전국공화당상원위원회 빌딩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만났다.
특히 이 자리에는 1·6 의회 폭동 사태 당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비판한 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한동안 껄끄러웠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자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의 상원 1인자인 매코널 원내대표가 자리를 같이 한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3월초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자리를 사실상 확정하자 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매코널 원내대표는 주먹 인사와 함께 수차 악수를 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긍정적 만남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당 상원의원들로부터 생일 케이크를 받았다.
그는 "소원을 빌 것인데 뭔지는 말하지 않겠다"면서 "여기 있는 여러분 모두와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회동 뒤 일부 상원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훌륭한 만남이었다"면서 "공화당은 엄청나게 단결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 동의하고 있으며 만약 그렇지 않는 것이 있다면 해결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한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 그것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대선 승리 및 단결을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하원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대선과 함게 상·하원 선거 승리도 다짐하면서 선거 지원도 약속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원 면담에 앞서 기업 친화적 정책을 추진하는 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모이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 CEO, 팀 쿡 애플 CEO 등 최소 80명의 CEO가 참석했다고 NBC 등이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연방 법인세율을 21%에서 20%로 낮추는 등 감세 공약과 함께 규제 완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워싱턴DC 방문은 이번 대선을 거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할 수 있다는 진영 내부의 기대감 속에 이뤄졌다.
특히 2020년 대선 패배와 그 이듬해 1·6 사태의 여파 속에 미래에 대한 기약 없이 워싱턴DC를 떠나야 했던 그로선 '화려한 복귀'인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초박빙 대결을 벌이고 있으며 대선 승패를 결정하는 경합 주에서는 박빙 우위에 있다.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고 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 기소인부 절차를 위해 워싱턴 DC를 찾을 때와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차례나 형사 기소되고 지난달 말 뉴욕 법원에서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과 관련해 유죄 평결까지 받았으나 당내 지지가 더 결속되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상·하원의원 회동에 대해 "여전히 그를 싫어하는 조직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할 가능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예"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 측과 민주당은 1·6 의사당 폭동 사태를 연결고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워싱턴 DC 방문을 비판했다.
민주당 전국위는 1·6 사태 당시 시위대의 공격 장면이 반복적으로 재생되는 전광판 차량을 트럼프 전 대통령 행사 장소 인근에 배치했다.
바이든 캠프도 이날 경합주 등에서 1·6 사태 당시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해 공격하는 장면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30초 분량의 광고를 내보냈다.
캠프는 이 광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비롯해, 보는 것을 불태워버릴 것이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부각했다.
민주당의 거물 정치인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오늘 내란 선동자가 범죄 현장으로 돌아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