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편함보다 과정을 택하는 일, 유자 떡갈비

떡갈비의 주 재료인 갈빗살을 손질하는 박지영 요리 전도사
지난 2023년 12월 18일,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설과 대보름’, ‘한식’, ‘단오’, ‘추석’, ‘동지’의 5대 명절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삼국시대에 성립되어 고려시대에 제도화된 우리의 명절 문화는 의식주와 의례, 예술을 아우르며 오늘에 이르렀고, 개인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에 가족과 지역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 따랐다. 명절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절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챙겨온 연중 행사들이 단순한 일상의 반복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공인되었음을 의미한다.
5대 명절의 공통점 중 하나는 각 명절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함께 떠오르는 대표 음식이 있다는 점이다. 설에는 떡국이 있고, 대보름에는 오곡밥과 부럼이 있으며, 한식에는 성묘를 마치고 나누는 제사 음식이 있다. 또 단오에는 수리취떡이 있고, 추석에는 송편과 전, 갈비찜이 있으며, 동지에는 팥죽이 있다. 이 음식들에도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모두 천천히 완성된다는 점이다. 재료를 손질하고, 불 앞에서 기다리고, 함께 빚고 나누는 시간을 전제로 한다.

가래떡을 치댄 고기 반죽으로 감싸 오븐에 굽는다.
명절 음식은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의 의미를 넘어 시간을 차리는 의식에 가깝다. 그래서 명절 음식은 곧 잔치 음식이 된다. 잔치는 일상을 멈추고 공동체가 모여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자리이고, 그 자리를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손길과 정성을 들여 준비하는 음식이 잔치 음식이기 때문이다. 갈비찜이나 전, 송편처럼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이 명절 상의 중심을 차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에서는 한국의 명절이 휴일로 분류되지 않는다. 대부분 평일에 지나가고, ‘음력 설’은 해당 주말로 옮겨져 삼삼오오 모이는 작은 잔칫날이 된다. 그래서 오히려 미국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한국인 커뮤니티와의 연결이 느슨한 사람에게 명절은 향수병을 부추기는 날이 되기도 한다. 사실 이민 초기의 내가 그랬다. 설날이면 매생이와 굴을 한가득 넣은 떡국을 끓이던 엄마 생각이 났고, 김장김치를 넣은 만두를 함께 빚던 남동생들 얼굴이 떠올랐다. 아빠가 좋아하던 육전을 떠올리며 레시피를 찾아보다가 이내 포기하던 날들. 시간이 흘러 서로를 초대해 ‘잔칫날’을 만들어가는 한인 커뮤니티에 속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끝이 없을 것 같던 향수병은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명절은 달력 속의 날짜가 아니라 함께 차린 상 위에서 다시 살아났다.
붉은 말의 해인 2026년, 나는 두 곳의 설날 잔치에 초대받았다. 한 곳은 가족 단위로 모이는 설날 잔치였고, 또 다른 한 곳은 외국인들과 함께 설날 음식을 만들어 먹는 요리 수업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Park’s Kitchen을 운영하는 박지영 요리 전도사는 요리 수업을 마치 잔칫날처럼 진행했다. 가장 먼저 떡국을 소개한 뒤 이어 유자 떡갈비를 선보였다.
“진짜 갈빗살이 들어가지 않고 100% 간고기로만 만든 떡갈비는 진짜 떡갈비라고 할 수 없어요.”

완성된 유자 떡갈비를 들고 포즈를 취한 박지영 요리 전도사
박지영 요리 전도사의 이 말은 단순히 재료의 목록을 지적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가 말한 ‘진짜’는 재료와 더불어 과정을 포함하는 말이었다. 갈빗살에 붙은 고기를 하나하나 떼어내어 결을 따라 썰고, 곱게 다진 뒤,간고기와 섞어 여러 차례 치대 찰기를 입히는 과정. 그리고 찰기가 생긴 고기 반죽으로 가래떡을 감싸 오븐에 구워내는 시간. 그 모든 단계가 모여 떡갈비를 떡갈비로 만들었다.
시연이 끝난 뒤 수강생들은 고기를 잘게 다지는 작업, 가래떡을 일정한 크기로 써는 작업, 양념에 고기를 치대는 작업, 가래떡에 고기 반죽을 감싸는 작업에 고루 참여했다. 함께 재료를 손질하고, 떡갈비를 만든 뒤 오븐 앞에서 익기를 기다린 시간은 수업을 넘어 작은 잔치의 기억으로 남았다. 이 경험을 통해 과정은 맛을 바꾸고 시간을 들인 손길은 음식을 다르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잔치 음식이란 결국 간편함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음식이라는 사실도 함께.
한식의 세계화와 함께 우리는 많은 한국 음식을 냉동식품과 밀키트로 만난다. 빠르게 조리되고, 어디서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형태로 변형되어 유통된다. 그것은 분명 확산의 한 방식이다. 또한 바쁜 일상 속에서 유용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질문을 멈춰서는 안된다. 한식을 통역하는 일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할까? 음식의 이름을 남기는 일에서일까, 형태를 흉내 내는 일에서일까, 아니면 재료와 과정을 지키는 일에서일까. 설날을 영어 위에 올려놓으면서도 그 무게를 가볍게 하지 않았던 박지영 요리 전도사의 노력처럼, 미국이라는 공간 위에 한식을 올려놓을 때 우리는 어떤 기준을 택할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 속도는 빠르지만 기억에 남지 않는 음식이 될 것인지, 아니면 천천히 완성되지만 오래 남는 음식이 될 것인지 말이다. 변형은 피할 수 없고 확산은 자연스러운 이 시대에 속도를 따를 것인가, 밀도를 지킬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완성된 유자 떡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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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요리 전도사의 유자 떡갈비 레시피
재료: 소갈비살 1.3파운드, 다진 소고기 0.5파운드(지방 20%), 가래떡 약 10개, 유자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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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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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1. 갈비살은 찬물에 1시간 담가 핏물을 뺀다. 중간에 한 번 물을 갈아준다. 물기를 제거한 뒤 최대한 곱게 다진다. 칼질이 세밀할수록 식감이 단단해진다.
2. 다진 소고기는 키친타월로 눌러 남은 핏물을 제거한다. 고기의 결을 살리되 과한 수분은 덜어낸다.
3. 떡은 전분을 푼 물에 잠시 담가 둔다. 겉면을 부드럽게 하고 조리 중 갈라짐을 막기 위함이다.
4. 유자 소스는 간장 5큰술, 조청 2큰술, 유자청(또는 꿀) 3큰술, 유자 오일 1큰술을 넣어 잘 섞는다. 잠시 두어 맛이 어우러지게 한다.
5. 오븐은 200도로 예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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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 떡갈비 만들기]
1. 다진 고기에 배 간 것 4큰술, 양파 간 것 4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생강 1큰술, 흑설탕 2큰술, 간장 3큰술, 청주 약간, 후추 1/2큰술, 소금 약간, 참기름, 전분을 넣어 고루 치댄다. 고기는 손의 온기로 익어간다. 오래 치댈수록 조직이 단단해진다.
2. 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떼어 둥글게 빚는다.
3. 가운데에 물기를 뺀 떡을 넣고 고기로 감싸 단단히 봉한다. 떡이 중심을 잡아주는 구조다.
4.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간 굽는다. 겉면이 익어 형태가 잡힐 때까지다.
5. 반쯤 익은 떡갈비를 유자 소스와 함께 팬에 넣고 끓인다.
6. 약불에서 10분가량 졸이며 윤기가 돌도록 캐러멜라이즈한다. 유자의 향이 고기 깊숙이 스민다.
7. 접시에 담고 마지막으로 유자 오일을 한 방울 떨어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