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농부 일가족 살해 사건 다룬 ‘실화의 기록’

2024-06-07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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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일가족 살해 사건 다룬 ‘실화의 기록’

페리(왼쪽)와 딕이 형사에 의해 법정으로 끌려가고 있다.

1959년에 일어난 캔사스 농부 일가족 살해 사건을 다룬 기록영화 스타일의 뛰어난 작품으로 소설 ‘티파니에서 아침을’ 쓴 트루만 카포티가 옥중의 살인범을 장기간 집중 인터뷰해 1966년에 출판한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1967년 리처드 브룩스(‘엘머 갠트리’ 감독)가 제작과 연출을 하고 극본까지 쓴 작품으로 특별히 콘래드 홀이 찍은 흑백촬영이 돋보인다.

영화는 1959년 11월 15일 감방 동료 페리 스미스(아내 살인혐의로 기소돼 재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로버트 블레이크의 출세작)와 딕 히칵(스캇 윌슨)이 캔사스 농촌 홀콤의 클러터 일가족 4명을 살해한 사건을 그린 것이다.

페리와 딕은 감옥에서 클러터가 집 안에 현금 1만 달러를 보관하고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듣고 출옥 후 밤에 클러터 집에 침입한다. 두 전과자가 클러터 일가족을 하나하나 잔인하게 살해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는데 보느라면 공포에 질리게 만든다.


그러나 현금은 없어 맨손으로 클러터 집을 나온 페리와 딕은 멕시코로 달아났다가 다시 돌아와 라스 베가스에서 경찰에 체포된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랜싱의 캔사스 주립 교도소에 수감돼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두 범인의 모습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듯 자세하게 보여준다. 페리와 딕은 여러 차례의 상고와 형 집행정지 끝에 1965년 교수형에 처해졌다.

기술적으로도 탁월한 작품으로 제목처럼 냉정한데 문제는 페리와 딕을 사회의 희생자로 묘사한 점. 인간을 짐승처럼 살육한 두 사람을 동정적으로 그려 비판을 받았다. 영화는 사형 제도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기도 한데 특히 블레이크의 연기가 훌륭하다. 콜럼비아사 작품으로 음악은 재즈 음악가 퀸시 존스가 작곡했다. 흥미진진하고 강렬한 드라마다.

카포티가 옥중의 페리 스미스를 인터뷰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가 2005년에 나온 영화가 ‘카포티’(Capote)로 영화에서 카포트로 나온 필립 시모어 하프만이 오스카 주연상을 탔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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