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 벌써 6월이라뇨. 새해가 되었다며 폭죽 같은 축하 메시지를 나누던 일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더 빨리 흐른다더니 세월의 빠름을 생각하면 요즘은 정말이지 커다란 고래의 등을 타고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요. 가내 두루 평안하고 식탁엔 자주 담소가 있고 잠은 평안한지요. 저는 무엇보다 이즈음의 신록에 감탄하며 지냅니다.
예년보다 비가 자주 와서 아쉬울 적도 있지만 비가 내린 후에 연록색 나뭇잎들이 더욱 생기 있게 반짝이는 것, 수목의 향내음에서 짙은 생명의 기운을 느끼는 일들이 예전 보다 더욱 신기하고 그야말로 ‘신록예찬’의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상을 이어가는 일은 감사할 일이지만 때론 매번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 지루해지곤 해요.
하지만 그래도 의식적으로 삶이 기꺼이 주는 이 무상의 선물을 기쁘고 즐겁게 누리고 싶습니다. 돌이켜 보면 시간과 자연은 너무나 당연히 주어진 것이어서 지난 날에는 그것의 소중함을 잘 모르고 너무 소홀히 대했다는 자각이 요즈음엔 자주, 절실하게 찾아오곤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엔 ‘영혼’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도 사라져 가는 건 아닌지요. 많은, 좋은 것들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 새벽에 깨어 펼쳐든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끼고, 이 또한 다시 올 수 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그 소중함에 가슴이 아리다. 우리가 무엇인가 된다는 것은 다시올 수 없는 시간 속에서다”
매 순간을 한결같이 진지하게 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시간 속을 여행하면서, 오늘을 살면서, 때로는 이런 말들을 가슴에 품으며 살고 싶습니다. 별말이 아닌 것에도 진심을 담을 수 있는 여유를 품으면서 말이지요.
6월이 되면 나즉하게 읊어보는 시가 있어 인사를 대신합니다. 청명한 시절에 물오르는 나무들처럼 매사 순조롭고, 하루하루 좋은 날 되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 총총...
숲속에 나무들이/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6월
6월엔 내가/빨갛게 목타는//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아카시아 꽃타래/하얗게 쏟아 버린
6월엔 내가/사랑하는 이를 위해/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비 맞아도 좋은/바위가 된다
(이해인/6월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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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은 레스턴,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