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황청 지시로 유대인 소년 납치사건 실화를 다룬 역사극’

2024-05-24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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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납치’ (Kidnapped) ★★★★(5개 만점)

▶ 정치ㆍ종교와 권력의 상관 관계와 유럽에서의 반유대주의 함께 비판
▶긴장감ㆍ스릴 갖춘 튼튼한 드라마

‘교황청 지시로 유대인 소년 납치사건 실화를 다룬 역사극’

교황 비오 9세가 교황청의 지시로 납치된 유대인 소년 에드가르도를 안고 있다.

1858년 교황청 지배하의 이탈리아 지역 볼로냐에서 발생한 교황청 지시하의 유대인 소년 납치사건 실화를 다룬 역사극으로 ‘에드가르도 모타라의 유괴’라는 부제가 있다. 당시 유럽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이 소년 납치 사건을 다룬 영화는 이탈리아의 명장 마르코 벨로키오가 감독했는데(공동 극본) 오페라 스타일을 갖춘 신랄한 멜로드라마이다.

긴장감과 스릴마저 갖춘 튼튼한 드라마로 정치와 종교 그리고 권력의 상관 관계와 함께 독재적 체제에 무기력한 인권 그리고 당시 유럽에서 팽배한 반유대주의를 함께 비판하고 있다. 우리가 몰랐던 이탈리아 역사의 한 조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흥미 있는 작품이다.

볼로냐의 유대인 지역에서 유복한 삶을 누리고 사는 모몰로 모타라(화수토 루소 알레시)와 그의 아내 마리안나(바바라 론키)는 어느 날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을 당한다. 지역 가톨릭 소속 관리들이 모몰로의 6세난 아들 에드가르도(에네아 살라)를 납치한 것이다. 관리들에 의하면 모몰로 집 하녀 안나(아우로라 카마티)가 에드가르도가 아기였을 때 부모 모르게 아기에게 영세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드가르도는 가톨릭 신자로 교육 받고 성장하기 위해 바티칸으로 보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에드가르도는 교황 비오 9세(파올로 피에로본)의 감독 하에 다른 유대인 아동들과 함께 가톨릭 교육을 받게 된다. 한편 모몰로는 지역 가톨릭 종교 재판관인 펠레티(화브리지오 지후니)에게 아들을 돌려 달라고 탄원을 하면서 아울러 유대인 지도자들과 언론에 호소, 이탈리아 뿐 아니라 유럽과 북미에서까지도 큰 화제가 되는데 이에 대한 교황의 대답은 “돌려 줄 수 없다”로 일관한다.

아들을 잃고 실성할 정도로 고통하는 것이 에드가르도의 어머니 마리안나로 모몰로와 마리안나의 아들을 되돌려 달라는 탄원에 대한 대답은 모몰로의 온 집안이 가톨릭으로 개종하면 돌려준다는 것. 물론 모몰로는 이 요구에 대해 거부한다. 비오 9세가 에드가르도의 반환을 고집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당시 새로 탄생한 이탈리아 왕국의 힘에 의해 점차 약화되어가는 바티칸의 힘을 안간힘을 쓰면서 지켜보려고 한데에도 있다.

1859년 볼로냐가 이탈리아 왕국군대에 의해 교황청 지배 하에서 벗어나면서 펠레티가 재판에 회부되나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모몰로와 마리안나의 고뇌는 더욱 깊어진다. 한편 처음에는 혼란과 갈등에 시달리던 에드가르도(성장한 에드가르도 역에 레오나르도 말테제)는 가톨릭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 서서히 신심이 깊은 가톨릭 신자가 된다.

연기들이 다 훌륭한데 특히 비오 9세 역의 피에로본이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돋보이는 연기를 한다. 풍성한 시각미를 제공하는 촬영과 의상과 음악 그리고 세트 등이 다 좋다. 31일 개봉.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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