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 대학가도 ‘친팔 시위’…70년대 ‘반전’분위기

2024-05-01 (수) 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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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서 1천명 체포…VT·GWU도 시위 지속

▶ 영킨 VA주지사 “캠퍼스내 야영 용납 안돼”

워싱턴 대학가도 ‘친팔 시위’…70년대 ‘반전’분위기

조지워싱턴대 학생들과 시위 참가자들이 지난 30일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대학 광장(유니버시티 야드)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경민 GW대 학생>

미 대학가의 ‘친 팔레스타인 시위’가 격렬하다.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돼 1970년대 초반까지의 베트남 전쟁과 관련, 미국 대학가에서 전개된 반전 시위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는 지금까지 미 전역에서 ‘친팔’ 시위로 미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1천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달 18일 컬럼비아대에서 100여명이 연행된 것을 계기로 촉발된 미 대학가의 친 팔레스타인 시위는 10여일만에 미 전역의 대학 수십곳으로 번졌다.

워싱턴 DC 소재 조지워싱턴대(GWU)에서는 지난 25일, 버지니아 블랙스버그 소재 버지니아텍 등에서는 지난 26일부터 시위가 시작돼 확산되고 있다. 30일 현재 시위 5일째에 접어들고 있는 버지니아텍에서는 최소 82명이 체포됐으며 이중 53명이 재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GW 대학 측은 텐트 농성이 진행되고 있는 대학 광장(유니버시티 야드)과 코간 플라자로의 진입은 폐쇄했다. 버지니아 프레드릭스버그 소재 메리 워싱턴 대학에서도 지난 27일 12명의 시위자(학생 9명 포함)들이 ‘친팔’ 시위와 관련, 텐트 농성을 하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에서는 29일 저녁 13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는 29일 친팔 시위대가 텐트 농성을 시도하다가 주 경찰에 최소 40여명이 체포됐다.


보스턴의 에머슨대에서는 24일부터 이어진 시위로 시위대 108명이 경찰에 체포됐고 학생들이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4명이 다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버지니아내 대학에서도 시위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글렌 영킨 VA주지사는 28일 “평화 시위는 허용할 것이지만 대학 캠퍼스에서 유태계 학생에 대한 협박과 야영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현재 GWU 학생들과 버지니아 텍 학생들은 대학내에 텐트도 설치, 텐트 농성을 벌이며 시위가 진정될 기미가 없다.

시위의 발단이 된 것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지원 등이 포함된 950억 달러 규모 안보 지원 패키지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법안에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각각 610억달러와 150억달러 지원이 포함됐는데 학생들은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해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미국이 지원하는 것은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해방시켜라’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하라’ 등의 구호가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조지워싱턴대 1학년에 재학 중인 김경민 학생(국제정치학 전공)은 2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시위는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상태이며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학교 측은 5월2일까지 모든 시위활동을 University Yard에서 학교의 완전 외곽인 Anniversary Park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버지니아텍에 재학 중인 이수지 학생(건축학 전공)은 “버지니아텍 시위 참가자들은 그래주잇 라이프 센터(Graduate Life Center)를 3일 이상 점거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버지니아텍에서는 28일 저녁 시위대 참가자 규모가 1,000명까지 달했다.

<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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