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택 고려대 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오영택 고려대 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생리도 아닌데 질 출혈이 생겼다고 모두 자궁내막암과 관련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폐경 후 부정 출혈이 생긴다면 빨리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부인 암은 자궁·난소 등 여성 생식기에 발생하는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을 말한다. 부인 암 1위였던 자궁경부암은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HPV) 예방백신 접종으로 점점 줄고 있는 반면 자궁내막암은 식이 및 생활 습관의 서구화로 인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자궁내막암(자궁체부암의 90% 차지)은 갱년기 여성을 중심으로 50~60대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2020년 기준으로 연령대별로는 50대가 35.6%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60대(22.7%), 40대(20.3%)가 뒤를 이었다(국립암센터).
오영택 고려대 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났다. 오 교수는 “자궁내막암은 호르몬 문제가 주요 발병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예방과 선별 검사법이 없는 게 문제”라며 “비정상적 질 출혈 등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자궁내막암을 설명하자면.
자궁의 가장 안쪽 면으로 임신 시 수정란이 착상하는 얇은 막인 자궁내막에 암세포가 생긴 것이다. 자궁내막암은 생활 습관과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일반적으로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많이 노출될수록 자궁내막이 두꺼워져 암으로 악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 초경, 늦은 폐경, 미출산, 비만이 주요 위험 요인이다. 하지만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다. 비정상적인 질 출혈이 대표적인 증상이고, 복부·골반 통증과 압박감 등도 발생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이 2018년 이전에는 부인 암 1위였지만 예방백신 개발과 검진 증가로 발병률이 줄었다. 하지만 자궁내막암은 2019년을 기점으로 부인 암 1위로 올라섰다. 10만 명당 암 발생은 2000년 3.4명에서 2020년 10.4명으로 부인 암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늘고 있다(질병관리청).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비만 인구가 늘고,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이 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자궁경부암과 달리 예방백신과 선별 검사법이 없는 점도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유방암이 늘면서 ‘타목시펜’ 같은 호르몬과 연관된 약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 타목시펜은 유방암에는 효과적이지만 자궁내막에서는 에스트로겐 작용제 역할을 해 자궁내막을 증식시켜 자궁내막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질 출혈과 생리 혈을 혼동할 수 있는데.
질 출혈과 생리 혈은 환자 말만 듣고는 구분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빈혈 검사나 자궁내막 두께 측정, 가족력 등을 살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부정 출혈(不定 出血)’이 생긴다고 모두 자궁내막암과 관련 있는 것은 아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생리가 불규칙할 수 있고, 비만·당뇨병이 있어도 나타날 수 있다. 다만 폐경 후 부정 출혈이 생긴다면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초음파검사에서 자궁내막 두께가 평균보다 두꺼운지 검사해 이상 소견이 있다면 조직 검사를 진행한다. 자궁내막 두께 변동이 심해 주기적으로 검진하는 게 좋다. 자궁내막 두께 검사는 생리 시작일부터 5~7일 이내 시행하는 게 권장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자궁내막암은 예후(치료 경과)가 좋은 암이다. 질 출혈이라는 비교적 명확한 증상으로 대부분 1기 또는 2기에서 발견된다. 초기에 발견되면 80% 이상 완치할 수 있어 다른 부인 암보다 치료 성적이 좋다. 자궁내막암은 대부분은 수술을 시행한다. 암이 발생한 자궁과 난관, 대동맥 주위 림프절 등을 절제한다.
개복(開腹) 수술보다 로봇이나 복강경 수술을 활용한 최소 침습 수술이 늘어나는 추세다. 로봇 수술은 구멍을 적게 내어도 정밀 수술을 가능하기에 림프절 절제나 근치적 자궁절제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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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