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2024-01-02 (화) 김종삼
크게 작게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되므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

세상에는 시를 쓰는 사람이 있고, 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시는 시인이 쓰지만 그것이 완성되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들에 의해서이다. 시인이 빚어낸 언어가 한 줄기 빗방울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독자들의 가슴은 바다와도 같다. 순하고 명랑하고 인정 많고 슬기로운 사람들에 의해서 세상이라는 시는 완성된다. 한 해가 저물도록 저마다 착하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게 시인이 말한다. 바로 그대들이 시인이라고. 반칠환 [시인]

<김종삼>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