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에 왕은 없다”…미 안팎서 反트럼프 세번째 대규모 시위

2026-03-28 (토) 02: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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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50개주서 3천100건·해외서도 “노 킹스”…900만명 참가 예상

▶ ‘ICE 총격’ 미네소타 중심…브루스 스프링스틴·제인 폰다 등 참석
▶ “광대야, 왕관을 내려 놓아라”…이민단속·이란전쟁 규탄

“미국에 왕은 없다”…미 안팎서 反트럼프 세번째 대규모 시위

28일 뉴욕에서 열린 ‘노 킹스’(No Kings) 시위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28일 미국은 물론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일제히 열렸다.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라는 이름의 대규모 시위는 지난해 6월과 10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워싱턴DC,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앨라배마주와 와이오밍주의 소도시까지, 50개 주에서 총 3천100여건의 집회가 열리거나 열릴 예정이라고 주최 측은 밝혔다.


주최 측은 이날 900만명 이상이 시위에 참여,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시위엔 주최 측 추산 각각 500만여명, 700만여명이 모였다.

주최 측은 이번 시위가 특정 요구사항 하나를 내세우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정책에 대한 다양한 불만을 표출해 에너지를 모으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 성향과 법을 무시하는 통치방식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강경 이민 정책,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더해졌다.

이날 시위의 중심은 미네소타주의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이었다.

미네소타주는 지난 1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이민 단속 중 미국인 2명이 연방 요원들의 총격으로 숨진 곳으로, 이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저항의 중심이 됐다.

시내 행진 끝 미네소타주 의회 앞 광장에 수만 명의 인파가 모였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사회운동가인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조앤 바에즈가 헤드라이너(대표 출연자)로 공연했다.


스프링스틴은 ICE 요원의 충격으로 숨진 시민 2명을 추모하며 만든 곡 '미니애폴리스의 거리'를 공연했다.

그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들의 용기와 희생, 이름은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배우 제인 폰더,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버니 샌더스(버몬트·무소속) 상원의원 등도 참석했다.

월즈 주지사는 "백악관의 독재자가 훈련도 받지 않은 폭력배들을 미네소타에 보내 피해를 주려 했을 때, 이웃을 위해, 품위를 위해, 친절을 위해 일어선 것은 바로 미네소타 주민들"이었다며 "우리의 친절을 나약함으로 오해하지 말라"고 말했다.

수도 워싱턴DC에선 수백명이 링컨기념관을 지나 내셔널 몰까지 행진했다. 링컨기념관은 과거 민권운동 시위가 열렸던 상징적인 장소다.

이들은 "광대야(clown) 왕관(crown)을 내려놓아라.", "파시즘에 맞서 싸우자"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시위엔 배우 로버트 드 니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등이 참석했다.

드 니로는 "(노킹스 운동을) 150%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우리 자유와 안보에 실존적 위협"이라 부르며 "지금 당장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시위 중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50여명이 나타나 시위대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프라우드 보이즈'(우익 성향 단체) 모자와 티셔츠를 착용한 이들은 확성기를 들고 와 트럼프 대통령 지지 발언을 하며 시위대와 충돌했고, 경찰이 제지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시위는 미국 밖에서도 열렸다. 이날 오전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에서 연대 시위가 열렸고, 주최 측은 남미, 호주 등을 포함해 12개국 이상에서 시위가 계획돼 있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선 현지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을 비롯해 프랑스 노조, 인권단체 관계자 수백명이 바스티유 감옥 앞에 모였다.

파리 시위를 기획한 아다 셴은 "트럼프의 불법적이고, 부도덕하고, 무모하고, 무책임한, 끝없는 전쟁에 항의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선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행진했다. 이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비판하며 "전쟁 없는 세상"을 외쳤다.

친(親)트럼프 성향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멜로니 정부는 사법개혁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법원 독립성을 위협한다는 비판 속에 부결됐다.

재집권 후 최저인 36% 지지율이라는 상황에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열린 이날 시위는 트럼프 행정부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주최 측은 아이다호, 와이오밍, 몬태나, 유타 등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주에서 시위 참여를 등록한 이들의 숫자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이날 집회를 비판했다.

백악관 애비게일 잭슨 대변인은 실제 대중의 지지는 거의 없는 "좌파 자금 지원 네트워크"의 산물이라고 불렀고, 공화당의회위원회(NRCC)는 "미국 혐오 집회"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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