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예술가 무료 배포 “포스터가 오히려 갈등 심화” 비판도
▶ ‘인질’ 문구를‘점령자’로 수정한 반이스라엘 포스터도 목격돼
납치’라는 문구 대신 ‘점령자’라고 적힌 포스터 [엑스 @JulieMenin 계정 캡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인들의 사진을 담은 실종 포스터가 미국에서 ‘유대인 혐오’ 논쟁을 확산시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1일 미국 전역에 부착된 하마스 인질 포스터를 두고 시민 간 마찰과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포스터는 이스라엘 예술가 니트잰 민츠(32)와 디디 밴드에이드(36)가 제작했다.
이들은 12개 언어로 만들어진 디지털 파일을 무료로 배포했고, 인질 문제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포스터를 인쇄해 거리에 붙이는 형식으로 확산했다.
붉은 바탕의 ‘납치됐음’이라는 문구 밑에 인질로 잡힌 이스라엘인들의 인적 사항이 적힌 이 포스터는 현재 미국뿐 아니라 유럽 각국의 거리와 대학가 등에서 목격된다.
문제는 인질 포스터가 빠른 속도로 확산한 만큼 이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에선 거리의 인질 포스터를 제거하는 시민과 이를 제지하는 시민의 마찰을 담은 동영상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뉴욕에서 맨하탄 거리에 부착된 납치 포스터를 훼손한 남성이 브로드웨이의 프로듀서로 확인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테러의 피해자인 인질에 대한 포스터를 훼손하는 것은 ‘유대인 혐오’가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서 한쪽을 지지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자기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포스터를 훼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와 함께 뉴욕에선 ‘인질’이라는 문구를 ‘점령자’로 수정한 반이스라엘 성향의 포스터가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터 훼손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포스터가 미국 내 팔레스타인 사회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고,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유대인이라고 밝힌 한 20대 남성은 NYT에 “맥락이 없이 인질의 사진으로 포스터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인명을 경시하는 것”이라며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도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