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은 여전히 순항 중이지만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야기다.
내년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내 경선 주자 중 압도적 격차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것은 물론 가상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 대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18~19일 실시해 21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상 양자대결에서 46% 대 41%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높았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포함한 3자 구도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39% 대 33%로 바이든 대통령에 앞섰다.
그러나 이 같은 대중 지지의 고공행진과 달리 '사법 리스크'는 점점 커지고, 하원의장 후보로 공개 지지한 인물이 공화당 내 반대표를 극복하지 못해 낙마하는 등의 악재도 불거지고 있다.
우선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 사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핵심 공범들이 잇달아 유죄 자백을 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조지아주 선거 결과 뒤집기 시도에 관여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시드니 파웰 변호사가 지난 19일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트럼프 선거대책본부에 소속됐던 파웰 변호사는 백악관 내 비밀회의에도 여러 차례 참석하는 등 트럼프 캠프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따라서 그가 유죄 자백을 하고, 향후 공범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서기로 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 재판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인 케네스 체즈브로 변호사도 20일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복수의 주에서 허위 선거인단 명부를 만든 것이 불법이었다고 인정하면서, 검찰 조사에 협조하고 공범 재판에서 증인으로 소환되면 출석하기로 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기소를 정치적 박해로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핵심 측근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공모에 대해 증언할 경우 내년으로 예정된 공판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어 보인다.
또 최근 진행중인 신임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서 자신이 공개적으로 지지한 강경 보수파 짐 조던 의원(공화·오하이오)이 3차례 표결에서 20표 이상의 당내 반대표를 극복하지 못해 낙마한 것도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하원의장 선거는 기명 투표 형식인 데다 TV로 생중계됐기에 어느 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한 조던 의원에 반대표를 던졌는지 누구나 알 수 있게 돼 있다.
그런 상황에서 조던 의원에 대한 반대 투표는 1∼3차 표결 과정에서 줄어들기는커녕, 20→22→25표로 점점 늘어났고, 결국 조던 의원은 의장직 도전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은 내년 대선과 함께 치러질 의원 선거에 앞선 당내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의 표심을 무시하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친트럼프 하원의장 후보에 대한 반대표가 표결을 거듭할수록 많아진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이지 않는' 당내 영향력이 절대적인 것은 아님을 보여준 일이라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