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용서와 포용’

2023-09-05 (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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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더운 여름날 새벽이었다. 한 강도가 칼들 들고 방정환 선생의 안채에 침입했다. 언뜻 보니 젊은 청년이었다. 방정환 선생은 집에 있는 돈을 다 털어 390환을 강도의 손에 쥐어준 다음 날이 밝기 전에 어서 가라고 했다. 황급하게 돌아서는 강도에게 ‘돈을 얻었으면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가야지 그냥 가는 법이 어디 있느냐?’ 고 말했다. 강도는 짐짓 놀라 뒤를 돌아보고는 ‘고맙소’라고 소리치고 쏜살같이 달아났다.

몇 시간 지난 후다. 수갑에 채워진 한 젊은이가 순경과 함께 방정환 선생의 집에 나타났다. ‘이놈이 오늘 새벽 선생의 집을 침입해 돈을 털어 갔다고 자백했는데, 이놈이 그놈 맞죠?’ 라고 물었다. 방정환 선생은 말했다. ‘그 사람은 강도가 아니오. 잠시 돈을 빌려줘서 고맙다고 나에게 인사까지 하고 간 귀한 손님이니 풀어주시오.’라고 말했다. 도둑 청년은 방정환 선생의 파격적 용서에 감동했다. 그 후로 청년은 새사람이 되어 평생 방정환 선생을 따르는 제자가 되었다.” 큰 인물은 큰 용서와 포용을 통하여 배출된다. (‘소파 전집’ 중에서)

인간관계의 변화는 관계의 질에 달려있다. ‘용서와 포용’이 있는 곳에 인격적 관계는 무르익는다.
사람은 누구나 용서와 포용을 통하여 감동받을 때 새 관계의 문을 열고 도약의 삶을 살아간다. 미래의 도전적인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뛰어드는 내재적 힘을 얻는다.


예수는 용서와 포용의 대가다. 예수의 파격적 용서와 포용의 은혜를 입은 인물 중에는 그 인생이 얼룩진 수제자 베드로가 있다. 베드로의 배신과 실패의 굴곡마다 예수는 감동적 용서와 포용으로 보여 주었다.

예수의 용서와 포용 방법은 독특했다. 첫째,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았다. 둘째,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깨닫도록 했다. 셋째, 지금보다 더 나은 길이 무엇인지 알게 하기위하여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주었다.

베드로에게 예수가 제시한 새 비전은 사람 낚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 비전은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생명의 떡을 먹여야 함을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생명의 떡은 육신적이기보다는 영적 양식을 의미한다. 베드로는 물고기 잡는 어부에서 사람을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영혼의 목자(牧者)가 되어야 함을 자각한다.

예수의 파격적 포용과 용서를 통하여 베드로는 과거의 실패는 미래에 그가 성취해야 할 목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베드로는 거대한 새 사명을 성취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되어졌고 더 강한 믿음의 사도로 거듭났다.

언젠가 베드로는 로마에서 예수의 용서의 은총에 보답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었다. 그 기회는 순교이다. 베드로의 순교는 인류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다.

로버트 레슬리(Robert Leslie)는 말했다. “실패를 통해 새 비전을 얻는 법을 배우는 것은 성숙한 리더의 표시 중 하나다. 성숙한 사람은 실패 때문에 파멸되지 않고 오히려 실패에서 양자역학적 도약의 기회를 얻는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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