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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21세기형 호국불교의 모범이 되다

2023-08-17 (목)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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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잼버리대회 파행 잊게 만든 ‘전화위복 해피엔딩’ 계기

템플스테이, 21세기형 호국불교의 모범이 되다
호국불교 인도에서 탄생한 불교가 서역을 돌고돌아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전래된 것은 4,5세기의 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고대국가의 기틀을 갖춘 고구려 신라 백제가 필요에 따라 짝을 짓고 협력과 배신을 거듭하며 각축을 벌이던 즈음이다. 삼국의 지배층은 저마다 불교를 이용해 왕실과 국가의 안정을 다지려 했다. 불교는 금방 국교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렸다. 한국불교의 호국신앙적 측면 내지 호국불교적 측면은 이런 시절인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권력과 불교의 결합은 부처님의 근본가르침과는 무관한 것이다. 더구나 출가자는 물론이고 재가자가 지켜야 할 계율의 첫번째도 불살생임을 감안하면 호국불교의 상징 승병의 역할을 두고 이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고려시대 몽골군이나 조선시대 왜군에 맞서 싸운 승병이 없었다면 불교 이전에 국가와 민족이 온전했을지 의문이다. 한민족의 국가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가, 한국불교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등 극단적 시비를 건다면 그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템플스테이 시절인연이 달라지면 호국불교의 양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호국의 의미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총칼을 들고 외적에 맞싸우는 것만이 호국이 아니다. 나라의 애로를 알아차리고 덜어주는 것도 호국이다. 2002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생겨난 템플스테이가 좋은 예다. 이는 월드컵을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숙소부족을 덜어주기 위한 방편으로 생겨났다. 길어봤자 한달, 짧게는 불과 며칠 머물다 갈 손님들을 위해 숙소를 짓는 것은 무리요 낭비일 게 분명한데 그렇다고 외국인들을 숙소없이 떠돌게 할 수도 없는 대한민국의 고충을 불교가 구원투수로 나서 덜어준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게 대박났다.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외국인들이 다시 한국을 찾고,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하면서 이 제도는 형식과 내용을 보다 알차게 일신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행 20주년이 된 지난해말 현재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600만명이 달하고 그중 11%가 외국인으로 집계됐다. 임시 월드컵숙소용으로 시작한 것이 어느덧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새만금 세계스카웃잼버리대회 세계150여개국 4만여 스카웃대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1일부터 12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새만금잼버리대회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는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 원인을 두고는, 한국에서 이런 경우 늘 그렇듯이, 진영에 따라 정반대 네탓공방이 신물나게 펼쳐졌다. 잼버리대회는 파탄나고 덩달아 대한민국 이미지는 만신창이가 되겠다는 우려가 한껏 높아진 5일 놀라운 발표가 나왔다. 조계종 총무원(원장 진우 스님)이 발표한 ‘새만금…긴급지침’이었다. 전국 사찰 140여곳을 잼버리대회 참가자들에게 개방한다는 것이었다.

전화위복 해피엔딩 귀국을 서두르던 참가자들이 발길을 돌렸다. 개방사찰이 170여곳으로 늘어났다. 사찰개방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템플스테이를 제공했다. 불평불만은 금세 원더풀 코리아로 바뀌었다. 독일대표단 8명은 속리산 법주사에서 새벽예불 뒤 출가하고 싶다며 집단삭발을 자청했다(사진기사). 각종 매체 인터뷰에 응한 참가자들은 “잼버리대회는 아쉽지만 한국불교와 한국문화를 체험한 것은 큰 소득이었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다시 한국을 찾겠다는 대원들도 많았다. 불교가 불교답게 대한민국의 고충에 응답한 덕분에 새만금 악몽은 산사체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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