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대상영속성을 계발하라

2023-08-14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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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여러 번 옮기며 숨길 때, 12개월이 되기 전 아이들은 처음 숨겨진 장소에 가서 물건을 찾는다. 조금 더 큰 12~18개월 된 아이들은 마지막 숨긴 장소에서 물건을 찾는다. 그러나 그들이 보지 못한 장소로 물건이 옮겨진다는 것까지는 상상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손에 장난감을 쥐고는 손을 옮겨 베개 뒤에 장난감을 숨겨 놓고 빈주먹을 내밀면, 아이는 아버지의 손 안에서만 장난감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아이가 24개월이 다 되어 가면 베개 밑을 뒤져 장난감을 찾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런 인지능력을 대상영속성이라고 한다. 대상영속성(object permanence)은 성장기의 어린아이의 인지발달에 굉장히 중요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생존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최영민의 ‘대상관계이론’ 중에서)


어린아이가 구슬을 가지고 놀다가 구슬이 장롱 밑으로 굴러 들어가면 구슬이 없어졌다고 생각하고 서럽게 운다. 장롱 밑에 구슬이 감춰있다는 것을 추리(推理)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옆에 있던 엄마가 잠깐 밖으로 나가 보이지 않으면 엄마가 없어졌다고 놀라서 운다. 왜 그런가. 어린아이에게는 대상영속성(object permanence)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대상영속성의 개념은 인간의 인지발달에 굉장히 중요하다. 세상을 살아가는 생존방식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만일 어린아이가 자라 성인이 되었는데도 대상영속성의 지각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세상을 넓게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 창의력, 추리력, 상상력이 결핍된 인간이 되고 만다. 반면에 지금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과 추상성을 미리 감지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큰 꿈을 꾸고 성취하는 리더가 된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실존을 견고히 믿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음성만 듣고 최고의 문명의 도시 우르를 포기하고 보이지 않는 땅 가나안을 향해 담대히 나갔다. 아브라함은 탁월한 대상영속성을 지닌 신앙인이었다.

아브라함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존재를 보이는 것처럼 상상하고 믿었기 때문에 아버지 데라가 풍요의 도시 하란에 주저앉을 때에도 미동(微動)하지 않았다. 쾌락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로 간 롯과 헤어질 때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이 되었다.

유진 피터슨(Eugine Peterson)은 말했다. “폐허로 변한 이 세상에서 기독교가 해야 할 중요한 사역 중 하나는 상상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신앙이 주류를 이루는 시대는 언제나 거룩한 상상력으로 넘치는 시대였다. 상상력은 영적인 요소와 물질적 요소, 비가시적인 것과 가시적인 것, 하늘과 땅을 연결시키는 도구다.”

히브리서 기자는 말한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선진들이 이로써 증거를 얻었느니라.‘ 당신은 리더인가. 탁월한 대상영속성을 계발하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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