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태극기란?

2023-08-11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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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취임후 첫 미국 방문길에 오른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만나 함께 기념촬영을 하려고 나란히 섰을 때 슈머 원내대표가 “이탈리아 국기는 왜 삼색(초록. 하양, 빨강)이냐?” 고 물었다.

쉽게 답할 수 있는 단순한 질문이었는데 멜로니 총리는 “네, 네, 네, 어떤 이유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지요.”하고 제대로 답을 못했다고 한다.

이태리 국기는 녹색, 하얀색, 빨강색이 세로로 된 삼색기로 초록은 희망, 하양은 신뢰, 빨강은 사랑을 의미한다. 이탈리아 정부의 홈페이지에 ‘이탈리아 국기는 국가적 단합을 상징하고 자유, 연대, 평등이라는 국가 건국 가치를 나타낸다.’고 되어있다. 이것이 비단 남의 일일까?


해외 순방 중인 한국 정치인에게 태극기의 청홍과 사괘에 대해 물어보면 자신있게 대답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뉴욕 이민 1세들도 집에 놀러 온 초등학생 손자 손녀가 거실에 있는 태극기를 보고 “왜 네 모서리의 까만 작대기가 세 개, 다섯 개, 여섯 개, 네 개로 다 다르냐? ”고 묻자 당황했다고 한다.

그냥 무조건 ‘건곤감리’라고 외웠던 기억은 있어서 “4괘는 하늘, 땅, 물, 불을 상징하는 건(乾), 곤(坤), 감(坎), 리(離)이다.”만 답했을 뿐 더 이상 설명을 못하고 “다음에 자세히 알려주마.”고 했다고 한다.

사실 모양이 단순한 대부분의 다른 나라 국기와 달리 태극기 문양은 철학적이라서 한 번 설명을 들어도 어려워서 다른 이에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성조기는 왼쪽 상단에 있는 50개 별이 미 합중국을 구성하는 주들을, 그 바탕의 13개 붉은색과 흰색의 가로줄은 독립선언 당시 13개 주를 나타낸다.” 고 유창하게 설명하면서 정작 모국의 상징인 태극기의 의미를 설명하자니 진땀을 뺀다.

오는 8월15일 해방 78주년을 앞두고 실제로 신문사로 문의가 왔다. 단순명쾌한 설명을 위해서 뉴욕한국문화원과 한국학교에 태극기와 무궁화, 나라의 문장 등 한국의 상징을 설명하는 초등학생용 영문판 소책자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책자는 구할 수 없었고 문화원이 보내준 영문사이트에 A4 용지 한 장이 채 되지 않는 내용으로 태극문양과 사괘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 태극기는 흰색 바탕 중앙에 빨간색과 파란색 태극문양과 각 모서리에 검은색 괘가 있다. 1897년 대한제국이 선포되면서 태극기가 처음 사용되었다. 흰색 배경은 밝음과 순수함, 평화를 상징하는 민족적 특성을 갖고있고 태극문양은 음(청색)과 양(적색)의 조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우주만물은 음양의 조화로 인해 생성되고 진화된다.

우주와 조화를 이루는 우리 민족의 이상과 번영을 상징한다. 사괘는 수평선(음과 양)의 조합을 통해 음의 상호변화와 발전을 나타낸다. 사괘의 건은 하늘, 곤은 땅, 감은 물, 리는 불을 상징한다. ’ 이것이 다였다.

그래서 인터넷의 여러 자료를 찾아본 결과를 정리해 본다. ‘사괘는 음과 양이 서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효(爻:음- 양+)의 조합을 통해 구체적으로 나타낸다. 사괘의 긴 작대기 하나가 양의 효, 가운데가 끊어진, 반쪽짜리 작대기 두 개가 음의 효다. ’


더이상 헷갈리지 않으려면 태극문양 위는 태양(빨간색), 아래는 바다(파란색)로 외우고 사괘는 S를 왼쪽으로 90도 돌려 S를 쓰는 순서대로 3(건), 4(이), 5(감), 6(곤)을 그리면 된다. (3456은 작대기 숫자이므로 외우기 쉽다.)

현재 여름학교가 교회마다 열리고 있다. 8.15가 있는 주에 태극기 올바로 그리기를 가르치면 어떨까. 그리고 하루빨리 쉽고 간단하면서도 정확한 설명으로 된 영문판 한국역사책이 한인사회에 널리 보급되기 바란다. 그래서 전화문의를 해온 한인 노인의 고민을 덜어주고 싶다.

태극기는 과거 신성하고 경건한 대상에서 2002년 월드컵 이후 재외국민에게도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와 있다. 그 당시 대형태극기로 몸을 감싸고 노던 블러바드를 오르내리며 “대 한민국!”을 외치던 청소년들이 새삼 기억난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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