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제복이 존중받는 사회

2023-08-09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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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이 지난 7월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단체로 견학하던 중 군사분계선(MDL)을 무단으로 넘어갔다는 소식을 접했다. 미 국방부도 판문점 월북 사실을 확인했고, 즉각 북한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자국의 병사가 무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하는 돌발 사태가 발생했지만, 이 병사를 리턴 홈 시키는 협상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그 어떤 난항을 겪더라도 말이다. 그 이유는 미국만큼 제복이 존중받는 사회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제복에 대한 사회 인식이나 시선이 아직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오죽하면 ‘제복이 존중받는 사회’라는 홈페이지가 개설돼 군인, 경찰관 등의 이미지 개선을 꾀하는 시도까지 했을까.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자국내 직업평가 발표를 보면, 170여개 주요 직업 중에서 군인이 70위, 경찰관이 104위, 소방관이 132위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복 입은 공무원에 대한 사회 인식이 형편없다고 해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그나마 윤석열 대통령 취임이후 제복이 존중받는 문화와 보훈 대상자에 대한 예우를 강조하기 위한 법안과 정책이 다수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은 있다.

얼마전 한미동맹 70주년 행사와 휴전협정 70주년을 기해서도 한국 정부는 보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연달아 내놓았다. 지난해 국군의 날을 맞아 윤석열 정부가 “제복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다행이다.

미국이 전역한 군인들을 대우해 주고 존경하는 이유는 스스로 자원해서 군대에 들어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보니 베테랑 군인을 위한 혜택은 사회 곳곳에 넘쳐난다.

한 예로,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군인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다. “퇴역군인들이 유나이티드를 이용하실 때 편안한 여행을 즐기시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베네핏과 존중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군인들이 거쳐야만 하는 힘든 군사훈련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미군은 기본적으로 극장이라고도 쓰이는 단어인 theater 즉, 전세계를 훈련과 작전지역으로 삼고 있어 모든 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파병과 해외작전을 염두에 두고 훈련을 실시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모든 신병은 공통적으로 필요한 기본적인 전투기술과 체력을 훈련하는 신병기본훈련을 신병훈련소에서 통과해야만 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는 긴 시간과 피로도가 극도로 높은 행군을 관행적으로 거쳐야 한다. 말하자면 여러 주 동안 훈련을 받고 마지막 피날레로 완전군장을 한 상태에서 최소 10km 이상을 행군하는 훈련이다.


가장 고단한 강행군을 훈련기간 중 제일 마지막으로 하는 이유는 정신력 테스트로 가장 적절하기 때문이 아닐까. 체력이 가장 많이 소모되는 훈련이다 보니 정신무장이 안 돼 있으면 도중에 쓰러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같은 기간 훈련병들이 완전군장 상태로 동기들과 행군을 장시간 하게 되면, 협동심을 발휘해가며 전우애와 단결력을 자연스럽게 기르는 과정도 될 것이다.

6주전 미육군사관학교로 떠나보낸 손녀가 입학 전 수행하는 6주간의 기초훈련(CBT)을 마치고 10마일 행군을 하면서 학교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여자도 남자들과 동등하게 해야 한다면서 택한 사관학교. 이제는 어엿한 군인의 향기가 난다.

제복이 존중받는 미국에서 제복을 입고 일하는 남녀는 모두 멋있고 존경스럽다. 여자라고 나약해도 되는 것처럼 가스라이팅되어 행동하지 않고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제복을 입었기 때문에 더욱 자랑스럽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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