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군이 월북했다. 18일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공동경비구역(Military Armistice Commission Joint Security Area, JSA)에서 주한미군 소속 병사가 이 지역 견학 중 갑자기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 트래비스 킹(22) 이등병은 폭행관련 징계사유로 인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호송될 예정이었는데 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세계가 JSA를 주목하고 있다. 더구나 이 날 한·미핵협의그룹 1차 회의가 개최되고 미국의 전략햄잠수함 켄터키호가 부산 해군기지에 입항한 상황이었다. 이 사건으로 지난 몇 년간 북한의 무력도발과 미사일 실험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무색해져 버렸다.
이곳은 2019년 6월, 사상 최초로 현직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북한을 방문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져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었었다.
사실, 분단된 한반도에 살면서 우리들은 JSA가 어떤 곳인지 잘 몰랐다. 2000년 9월에 개봉, 당시 최고기록인 5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감독)을 통해 ‘아, 이런 곳이구나, 금기의 땅에서 마음만 열면 남북이 우정을 나눌 수 있구나’ 하며 통일의 필요성을 은연중 전달받았었다.
지뢰를 밟은 남한 병사를 인민군 중사가 제거해주며 알게된 이들은 분계선을 넘나들면서 만남을 이어간다. 이들 4명은 지포라이터로 담배를 피우고 초코파이를 나눠먹으면서 우정을 쌓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인민군 상위때문에 비극이 발생하고 만다.
인민군 두 사람이 사살된 사건을 놓고 중립국감독위 수사관(이영애 분)이 조사에 착수, 남쪽은 이수혁 병장(이병헌 분)이 납치됐었다고 하고 북쪽은 이수혁이 기습공격 했었다고 말한다. 영화에서 수사관의 상사는 “판문점은 겨울 들판과 같다, 불이 붙으면 쉽게 불이 뻗어나간다”고 말하는데 이는 남북한이 전쟁을 하면 바로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래서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JSA가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운 장소” 라고 말하기도 했다.
JSA는 비무장지대의 군사분계선상에 있는 구역으로 한국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 선적리와 북한 개성시 판문구역 판문점리 접경 동서 800미터, 남북 600미터에 걸쳐 설정되어 있다. 1953년 7월27일 휴전협정이 이곳에서 조인되면서 유엔군과 인민군의 ‘공동경비구역 JSA’로 결정되었다.
초기에는 유엔군 측과 공산군 측의 공동경비구역이었으나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이후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이남 지역은 유엔군 측이 이북지역은 공산군 측이 분리경비하게 되었다. 2004년 이후 공동경비구역의 경비 임무는 대한민국 국군에게 이양되었으나 지휘통제권은 유엔사령부가 갖고 있어 주한미군과 중립국감독위원회(스위스, 스웨덴 대표)가 주둔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여전히 우리는 분단국가이며 통일은 요원하구나 하는 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1950년 6.25가 남긴 상흔은 여전히 우리 가슴에 남아있다. 미주한인 누구라도 조부모, 삼촌, 이모, 고모, 사돈에 팔촌 한 명쯤은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일 것이다
이번에 북한은 어떤 요구조건으로 이 미군을 돌려줄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월북했다며 체제 선전용으로 활용할 것인가. 미국은 2017년 대학생 오토 웜비어 북한 억류사태 및 사망 사건으로 인해 사실상 미국인들의 북한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수년 전 미 고위층이 방북하여 대북인권 운동가나 북한을 취재하다가 억류된 미국기자들을 데리고 온 것은 첫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등등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제 발등의 불을 끄기에도 바쁘다. 정전협정 70주년인 올해도 신형대륙간도탄도 미사일 도발을 하는 북한은 이번 사건을 빌미로 미국과의 대화를 유리하게 끌고 갈 기회를 잡은 것인지.
미국은 눈 하나 까딱 않고 이 사건을 무마할 것인지, 추후를 알 수 없지만 JSA는 한반도의 서글픔을 새삼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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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