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러브 유 에니웨이’의 한장면]
[‘러브 유 에니웨이’의 안나 매츠 감독]
‘러브 유 에니웨이’의 안나 매츠 감독
맥켄지라 불리는 한 여자의 성장기를 솔직하고 밀도 짙게 다룬 소품‘러브 유 에니웨이’(Love You Anyway·25)의 각본을 쓰고 또 감독으로 데뷔하면서 미 영화계의 새 음성이라고 칭찬을 받은 안나 매츠(Anna Matz)를 영상 인터뷰 했다.‘러브 유 에니웨이’는 맥켄지의 출생에서부터 성숙한 여인으로 이르기까지의 굴곡이 심한 삶의 성장기를 다룬 작품. 맥켄지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어릴 적부터의 친구인 루카스와의 지속적인 우정과 함께 우울증에 걸린 맥켄지가 이 질병과 투쟁하는 것을 곁에서 돕는 맥켄지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묘하듯이 그린 영화다. 제작비는 맥켄지가 우수한 실험적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상금 50,000달러로 충당했고 촬영기간은 단 12일. 코비드-19이 극성을 떨 때인 2020년 10월에 찍었다. LA에서 인터뷰에 응한 매츠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차분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글 박흥진<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주인공 맥켄지로 흑인 배우 레인 에드워즈를 뽑은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우리가 맥켄지 역을 할 배우를 선정할 때 인종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각양각색의 인종들인 배우들을 오디션 했는데 눈에 금방 들어오는 배우가 맥켄지였다. 맥켄지는 우리가 맨 처음으로 인터뷰한 배우다. 그리고 나는 레인과 그가 어떻게 맥켄지 역으로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 상의했다. 영화는 나의 성장과 함께 내 가족의 얘기에 바탕을 둔 것으로 나는 맥켄지와 달리 백인이기 때문에 레인이 맥켄지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협의했다. 그렇지만 나는 레인이 맥켄지에 접근하는 상세한 과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우울증과 싸우는 맥켄지가 약물중독자 치료소에서 치료를 받는 것은 당신의 경험에 의한 것인가.
“그 부분을 위해서 약물중독자 치료소를 방문하려 했지만 코비드-19 사태로 불가능해 인터넷으로 기록영화들을 보면서 참조했다. 우울증 때문에 몸에 해로운 약물 오피오이드를 상용해 중독자들이 된 10대들에 관한 기록영화들이 많다. 그리고 맷 헤이그가 쓴 통찰력 있는 훌륭한 책‘리즌스 투 스테이 얼라이브’(Reasons to Stay Alive)가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약물 중독과 우울증으로부터 해방된 친구들이 여럿 있다. 물론 우울증으로 시달린 나와 내 친구들의 경험도 작품의 바탕이 됐다.”
-아직 삶의 경험이 미천한 20대에 감독이 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감독으로서 처음으로 카메라를 통해 인물과 사물을 포착한 느낌이 어땠는지.
“감독으로서의 첫 경험은 내가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아주 짧은 영화들을 찍은 것이었다. 그 땐 디지털 카메라가 많아 쉽게 빌려 쓸 수가 있었다. 이보다 전인 중학생 때에도 친구들과 함께 늘 손 가까이 있는 카메라로 우스운 비디오를 찍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감독이 되기로 한 것은 고등학생 때로 훌륭한 영화들을 섭렵하면서 거기에 완전히 몰입됐었다. 이 영화를 찍을 때 내가 큰 도전으로 생각한 것은 렌즈를 통해 어떻게 진짜 사람들의 삶을 포착할 것이냐 하는 것과 함께 어떻게 영화라는 도구를 사용해 사람들의 삶의 경험을 확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영화를 본 팬들이 영화가 너무나 사실적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 반가웠다. 요즘 같은 사회전산망 시대에는 좋던 싫던 간에 우리는 다 우리들을 자기 얘기의 주인공들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작은 카메라를 사용해 자기가 감지하는 세상을 순간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라면서 영화인으로서 당신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은 누구인지.
“소피아 코폴라와 스티븐 스필버그다. 특히 소피아는 여자 감독으로서 항상 내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는 그의 스타일과 조명과 그가 영화를 찍으면서 경험하는 즐거운 순간들을 다 사랑한다. 다음으로 난 스필버그의 영화들을 끊임없이 본다. 그의 카메라의 동작과 함께 그가 높낮이가 크게 다르게 이야기를 이끌고 나아가는 것을 보기 위해서다. 특별히 이 영화를 만드는데 큰 영향을 준 감독은 리처드 링크레이터이다. 그는 사람들 간의 인간적이요 진짜로 자연스러운 관계를 포착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들이 내가 늘 의존하는 세 사람들이다.”
-영화에 대한 반응은 어떤지.
“자기 영화가 공개될 때면 누구나 다 겁에 질리게 마련이다. 나는 이 영화가 단 한 사람이 볼지라도 그에게 깊은 영향을 미칠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이 영화의 표적이 될 사람들은 정신 질환과 싸우는 젊은 여자들이다. 자기들에게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내적 대화를 하는 젊은 여자들이다. 자기들만이 느낀다고 생각하는 감정에 대해 단순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 맥켄지와 같은 사람들이다. 사회전산망을 통해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놀랍다. 그들은 영화의 행복한 순간과 어두운 순간을 모두 사랑하면서 이 영화가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이 영화가 자신들의 성장기의 개인적 경험을 말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가 고무적이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는 영화가 해피 엔딩이기 때문이다. 10대의 우울증을 그린 영화들은 대부분 매우 슬프거나 비관적이고 통상 로맨틱하게 묘사되는 자살과 죽음이 있게 마련이다. 난 우울증을 겪고 난 내 친구들을 보면서 왜 그 질병에 관한 얘기를 정직하게 그리고 행복한 결말을 짓는 것으로 묘사하지 못할 까닭이 있는가 하고 자문해 왔다. 내 영화가 팬들과 깊은 뿌리를 함께 하는 까닭은 해피 엔딩 때문이다. 맥켄지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영화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굴의 끝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영화를 보고 또 보았다고 말하는데 네 번 다섯 번을 보고도 또 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에는 굉장히 무거운 부분도 있지만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또 보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영화가 지닌 보다 가벼운 순간 때문이다. 그 것이 진실이다. 그리고 영화에는 희망이 있다. 그 것이 날 감독으로 만들어준 까닭이며 난 내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생각한다. 영향을 미쳐야 할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또 희망을 주는 것이 내가 이 영화로부터 바라는 것이다.”
-당신의 성장 과정에 대해 얘기해 달라.
“맥켄지의 얘기는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들의 얘기를 모자이크 한 것으로 우리 모두가 성장하면서 겪는 경험이다. 내 부모는 이혼을 했는데 아버지는 있으나 마나한 사람이어서 나는 특별히 어머니와 강한 관계를 가졌었다. 우린 지금까지도 서로 강하게 연결돼 있다. 이런 관계는 영화에서도 묘사된다. 그리고 난 어려서 학교에 다닐 때 스포츠에 전념했었는데 무릎뼈를 다쳐 중도 하차해야 했다. 스포츠 부상은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지나 어릴 때 그로 인해 스포츠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은 절망적인 일이었다. 난 이 영화의 각본을 쓰면서 나와 내 친구들 그리고 내 가족과 친척들의 얘기에 많이 의존했다.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영향을 미친 어릴 적 삶의 중요한 순간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쓴 것을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보여주었더니 ‘그래 이 것이야 말로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이야’ 라는 반응을 받았다. 이 영화는 이렇게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여러 가지 다른 면들을 종합한 것이다.”
-당신이 스티븐 스필버그를 만나 대화를 한다면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가.
“다소 당황스러운 애기지만 난 스필버그를 만나는 꿈을 자주 꾼다. 꿈에서 그는 내가 너의 스승이 되어 주마라고 말한다. 내가 스필버그를 찬탄하는 이유는 그가 영화의 장르를 뛰어 넘으면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의 영화에는 진실하고 따스한 마음이 있고 또 이와 함께 경쾌함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게 영화에 단 한 가지가 필요하다면 그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 보겠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영화를 보면서 무엇이 한 영화를 결정적으로 좋은 것이 되게 하는 요인인지를 깨닫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다. 그가 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흥미 있을 것이다. 영화를 영향력 있고 또 흥미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지녀야 할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 볼 것이다. 그의 영화는 재미있고 즐겁고 시각적으로도 눈부시지만 이와 함께 무언가 할 말을 품고 있다. 그를 만난다면 노트북을 들고 가 그가 한 말들을 가득히 적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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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