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추진 SF교당과 버클리교당은 30일 가정법회 형식으로
샌프란시스코교당과 버클리교당의 발전적 통합 추진에 따라 올해 4.28 원불교열린날 봉축법회는 교당이 아닌 교도의 집에서 30일(일)에 봉행된다. 사진은 3년간의 코로나사태 직전 해인 2019년 SF교당의 봉축법회 장면.
일제하인 1916년 봄 어느날 새벽, 훗날 원불교 교주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로 불리게 되는 봉두난발 26세 청년은 묵상 도중 일대사 의심들이 풀리고 정신이 맑아지며 천상천하 모든 이치가 훤히 드러남을 체험한다. 아침에 난데없이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으려는 것만 보고도 가족들이 놀라고 기뻐했을 정도로 몸을 돌보지 않는 고행으로 거의 폐인지경이었던 그는 득의양양 선언한다. “만유가 한 체성이며 만법이 한 근원이로다. 이 가운데 생멸 없는 도와 인과보응되는 이치가 서로 바탕하여 한 두렷한 기틀을 지었도다." 그날이 바로 음력 3월26일(양력 4월28일), 원불교열린날 또는 대각개교절이다.
만유가 한 체성, 만법이 한 근원이라는 깨달음을 담은 표상이 원불교를 상징하는 동그라미 일원상이다. 원불교의 원은 원조가 아니라 바로 그 일원상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원 다음에 왜 불교인가. 소태산 대종사가 다른 종교 경전들을 읽어보며 자신이 깨달은 바와 대조해보니 2600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의 깨달음과 가장 비슷했다는 데서 유래한다.
“내가 스승 없이 도를 얻었으나 발심한 동기나 도를 얻은 경로가 부처와 비슷하므로 연원을 부처님에게 정하고 불법을 주체로 삼아 완전 무결한 큰 세상을 이 세상에 건설하리라…나의 안 바는 옛 성인들이 또한 먼저 알았도다. 모든 경전의 뜻이 대개 적절하여 별로 버릴 바가 적으나 그 중에도 진리의 심천이 없지 아니한 바 그 근본적 진리를 밝히기로는 불법이 제일이라 석가모니불은 진실로 성인들 중의 성인이라.”
원기 108년인 올해 4.28 대각개교절은 원불교식 시대구분법상 3대를 마감하고 4대를 시작하는 날이다. 원불교는 12년을 1회(會)로 하고 3회 36년을 묶어 1대(代)로 부른다. 나상호 교정원장이 밝힌 원불교의 제4대 키워드는 환생이다. 거듭남이라는 본래의 의미보다는 환경과 생명에서 각각 한 자씩 따온 원불교식 신조어다. 환생을 위한 실천강령으로 원불교는 2030년까지 한국내 전 교당의 에너지를 재생에너지(RE)로 전환하고(환경) 자살예방을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일 것(생명)이라고 천명했다.
4월1일부터 대종사 탄생일인 5월5일까지 이어지는 경축기간 중 중앙총부 특별기도 및 경전봉독회 (4월24일-27일) 등 각종 행사들이 펼쳐지고 대각개교절 당일에는 익산의 중앙총부에서 WBS원음방송 등이 중계하는 가운데 기념식이 봉행된다. 또 한국내 520여 교당과 해외 수십여 교당에서도 현지사정에 따라 당일 또는 전후 일요일에 기념법회가 열린다.
그러나 북가주의 경우 샌프란시스코교당과 버클리교당 두 곳은 예년과 달리 교당에서 원불교열린날 기념법회를 봉행하지 않고 일요일인 30일 교도의 집에서 대각개교의 의미를 되새기고 원불교도로서의 자세를 다잡는 간소한 기념법회를 가질 예정이다. 발전적 통합을 위해 두 교당을 매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통합교당을 언제 어느곳에 개원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두 교당의 통합은 장기불황과 탈종교화 흐름에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는 등 고난의 세월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한 방편으로 결정됐다는 전언이다.
한편 실리콘밸리지역 포교는 독립교당을 마련하지 않고 지난 몇년간 그래온 것처럼 조태형 교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변인들에게 포교하는 방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조 교무는 그동안 실리콘밸리 한인회와 손잡고 이 지역 한인들에게 태극권을 무료로 지도했고 요즘에는 참선모임 수선회의 산호세 선방에서 토요일 오후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명상지도를 하는 등 자비봉사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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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