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여류작가로 기독교인인 미우라 아야코가 쓴 '빙점'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미우라 아야코가 이 소설을 쓰게 된 동기가 있습니다. 미우라 아야코는 남편의 월급으로는 생활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작은 구멍가게를 냈습니다. 그런데 장사가 너무 잘 되어 물건이 날개돋힌 듯이 팔렸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울적한 기분이 되어 미우라 아야코에게 말했습니다. “물건을 적게 팔아요. 당신이 너무 많이 파니까 이웃 가게의 생계가 위협을 받아요. 남을 사랑해야 합니다.” 미우라 아야코는 여기서 사랑을 깨닫고 가게 문을 여는 시간을 줄이고, 빙점을 썼습니다. 미우라 아야코는 이웃 가게를 남이라 생각하지 않고, 형제처럼 여기는 사랑을 가졌습니다.
‘형제사랑’이란 헬라어로 ‘필로스톨게’라고 말합니다. ‘필로스톨게’는 친구간의 사랑을 뜻하는 ‘필리아’와 핏줄로 맺어진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인 ‘스톨게’가 합쳐진 사랑을 뜻합니다. 다시 말하면 형제 사랑이란 피로 맺어진 친구사랑이라는 말씀입니다. 피로 맺어진 사랑은 곧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입니다. 미우라 아야꼬가 이웃 가게 사람을 형제처럼 여길 수 있었던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피가 자기와 이웃을 한 형제로 만들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빙점’이란 글자 그대로 물이 어는 온도점을 가리킵니다. 같은 뜻이지만 ‘빙점’을 얼음이 녹는 온도점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떻습니까? 사람들 사이에도 ‘빙점’이 있습니다. 이웃을 남이라고 생각하면 얼음 같은 마음이 됩니다. 자기 것을 분명하게 구별하고, 다른 사람이 크든 작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이웃을 형제라고 생각하면 내 마음이 물처럼 녹습니다. 덩치가 큰 얼음도, 작은 알맹이로 된 얼음도 녹으면 하나가 됩니다.
미우라 아야코의<빙점>이라는 소설은 내 속에도 ‘빙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주인공은 착하고 칭찬받는 소녀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아버지에게는 사랑을 받지 못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은 아버지의 친 딸을 죽인 살인자의 딸이었던 것입니다. 자신은 흠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기 안에 살인자의 아버지가 있는 것입니다.자기 딸을 죽인 살인자의 자식을 양녀로 받아들인 아버지도 겉으로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의 사랑 실천하였다고 칭송받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살인자에 대한 복수심리가 있어서 양녀로 받아들인 딸을 학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담의 피가 우리 속에 흐르고 있어, 우리 마음에 빙점이 있음을 고백합니다.나를 의롭게 여기는 것과 나의 죄를 깨닫는 경계점이 곧 ‘빙점’입니다.나를 의롭게 여기는 마음은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얼음같은 마음이 됩니다.그런데 “나는 죄인이다” 깨닫는 순간 내 마음이 녹아집니다.
‘형제’간에도 ‘빙점’이 있습니다. 형제들 끼리 서로 갈등하고 경쟁하면 얼음같은 마음이 됩니다. 형제들 끼리 우애하고 사랑하면 마음이 물과 같이 녹습니다. 인류 최초의 살인이 가인과 아벨이라는 형제 사이의 갈등에서 빚어졌습니다. 야곱은 형 에서와 경쟁하다가 집을 도망쳐 나왔지만, 형 에서와의 화해를 통하여 그의 일생은 하나님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부부 사이에도 빙점이 있습니다. 서로 갈등하고 경쟁하면 얼음같은 마음이 됩니다. 제각각입니다. 칼로 물베기라는 부부싸움도 얼음같이 되면 좀처럼 하나가 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아내는 남편을 사랑하기를 교회가 주님을 공경하듯이, 남편은 아내 사랑하기를 주님이 교회를 사랑하듯 하라”고 했습니다.
교회에도 ‘빙점’이 있습니다. 교회란 얼음 알맹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닙니다. 얼음 알맹이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에 녹아 물이 되어서 하나가 되는 곳입니다. 얼음 알맹이들이 녹으면, 하나의 물이 되듯 하나가 되는 곳이 교회입니다. 교회 성장이란 얼음 알맹이들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얼음이 녹은 물이 차고 넘쳐나는 것입니다.봄이 되면 추운 날씨에 얼었던 얼음이 녹듯이 우리 마음에 있는 빙점도 “물이 어는 점이 아니라, 얼음이 녹아 물이 되는 점”이 되어 서로 하나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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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봉대 목사 /에벤에셀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