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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에도 불성이 있을까

2023-03-02 (목)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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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할 결심’

좁은 세상에서 벗어나 /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이 생겨 / 길게 늘어진 여정을 떠난다 / 한걸음 두걸음 / 더이상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 결코 두려움에 떨지 않을 것이다 / …(중략)… / 먼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 많은 일들을 겪으며 / 내가 누구이고 / 무엇을 원하는지 / 깨닫게 될 것이다…(하략)…

‘가출할 결심’


가출할 결심을 한 밤 / 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 어둠 속에 젖어가는 마을 건물들 / 나의 마음과 닮은 듯해 보였다 / …(중략)… / 나는 이제 떠나야 한다 / 나의 발걸음으로 / 나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 / 가끔씩은 두려움에 떨리지만 / 이젠 내가 내 인생을 선택해야 한다… (하략)…

최근에 챗GPT에게 부탁해 즉석에서 받은 ‘출가할 결심’과 ‘가출할 결심’이란 제목의 시다. 출가와 가출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는 더 그럴싸한 답을 내놨다. “…출가(出家)는 일반적으로 불교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세속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수행자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에 가출(家出)은 집을 떠나서 혼자 살거나, 가족이나 지인들과의 관계를 끊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약하자면, 출가는 영적인 목적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이고, 가출은 정신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로 집을 떠나는 것입니다.”

북가주 등 해외한인불교의 문제점과 극복방안에 대해 물었더니 일련번호와 소제목을 붙여가며 3가지 문제점(1. 젊은 세대의 관심부족 2. 언어적 문제 3. 문화 차이)를 설명한 뒤 극복방안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제시했다(1. 젊은 세대를 위한 교육 2. 다양한 언어번역 3. 다양한 문화적 활동 4. 불교 홍보로 나눠 부연설명). 당장 북가주에서 이 주제로 법석이 펼쳐진다면 거의 그대로 발표해도 될 정도다.

그런데 인공지능(AI)에도 불성이 있을까. 고도로 발달된 AI시대에 인간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기존의 인간계 직업지도나 생활풍속도를 확 뒤흔들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 내지 인식 자체를 ‘건전하게’ 대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벌써부터 유튜브에는 챗GPT에게 일부러 엉터리 정보를 줘 학습하게 한 뒤 그대로 답하게 하는 등 위험한 사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인공지능이 막대한 정보를 수집 정리하는 능력은 초인적이지만 원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적어도 당분간’ 인간일 수밖에 없다.

AI부디즘이란 저서를 내는 등 수년전부터 AI시대 인간의 길 불자의 길을 제시해온 보일 스님(해인사 승가대학장)은 앞으로의 AI시대가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 여부는 인간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BTN불교TV나 유튜브에서 보일 스님을 입력하면 수많은 AI강좌를 시청할 수 있다. 특히 헬로붓다TV는 보일스님의 AI부디즘 강좌를 13부작(편당 1시간 안팎) 대하시리즈로 엮어 유튜브 세상에 올려놓았다. 서울대 철학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해인사 승가대학을 졸업한 보일 스님은 학인시절 전국승가대 논문공모전에서 ‘인공지능 로봇의 불성연구’로 대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대표논문으로 ‘인공지능 챗봇에 대한 선문답 알고리즘의 데이터 연구’ ‘유식체계에 입각한 AI딥러닝 작동원리 연구’를 쓰는 등 AI시대 관련 저술과 강연에 있어 종단의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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