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생각 - 내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언제였던가⋯?

2023-02-22 (수) 폴 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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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화양연화‘를 언급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의 김영호 의원이 한 장관에게 “민주당에 적개심을 갖고 있느냐?“라고 묻자 “제 검사 인생의 화양연화는 문재인 정권 초반이다”라고 대답하였다.

실제로 한 장관은 2017~2018년에 이명박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 권력 실세들을 구속하면서 검사로서의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화양연화는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뜻하는데, ‘리즈시절’ ‘전성기’와 비슷한 의미라 할 수 있다. 1930~1940년대 중국 상하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가수 주선(周璇)의 노래 ‘화양적연화(花樣的年華)’를 2000년 왕가위 감독이 영화제목으로 차용하여 양조위와 장만옥이 주연한 홍콩영화 ’화양연화‘를 개봉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또한 한류의 결정판인 BTS가 2015년에 ‘화양연화’하는 제목의 세 번째 미니앨범을 발매하였는데, ‘I need you’, ‘Run’, ‘불타 오르네’ 등의 노래를 통해 청춘의 양면성, 즉 ‘청춘의 아름다움과 찬란함 보다는 불확실과 위태로움’에 촛점을 맞춰, ‘불안한 삶 가운데 자기다움을 성찰하려는 청춘’의 진정성을 호소하여 대중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이후에 BTS는 팬덤이 크게 확장되었고, 글로벌 인기를 얻는 아이돌로 성장하였다.

한국의 정치판에서 장미꽃 향기를 맡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여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지만, 세계 어느 역사를 보더라도 자유민주주의라는 꽃은 아름다운 향내 보다는 진한 피냄새를 동반해 왔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정치면 기사는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 속에서 뜻하지 않게 발견한 꽃처럼 가끔은 신박한 웃음꽃을 선사하기도 하니 쏠쏠한 재미가 제법 있다.

이 뉴스 덕분에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언제였던가..?’라며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유년 소년 청년 중년 장년을 거치면서 어느 한 순간도 치열하지 않은 때가 없었던 것 같다.

전후시대의 베이비부머로서 치솟은 출생율에 어쩌다 태어나서 높은 영유아 사망율에도 살아남아, 송충이와 이(louse)를 잡아야 했고, 처절한 입시지옥을 지나 전쟁 만큼이나 혼탁한 소용돌이 시대를 뚫고 미력 하나마 대한민국의 성장에 힘을 보탰다.

얼마 전 지인들과 가진 작은 술자리에서 우스개 소리 같지만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겠는가?’라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젊음이고 청춘이건만, 대부분 지금 이대로가 좋단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가 살아갈 생각을 하니 끔찍하단다.

다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남은 인생 후반기를 잘 마무리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폴 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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