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생각 - 바벰바족의 용서

2023-02-06 (월) 이태상/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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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의 정의에 따르면 사람은 사람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고 영향을 미치려는 욕망 때문에 과학, 철학, 신화, 종교를 통해 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려고 한다. 인류학적으로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고 본다.

해부학상 현생인류의 기원에 대한 가장 지배적인 견해는 아프리카 기원설이다.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진화하여 5만 년에서 1만 년 사이에 아시아에서의 호모에렉투스(Homo Erectus)와 유럽에서의 호모 네안데르탈레시스 (Homo Neanderthalesis)를 대체하면서 이주했다는 학설이다.

본인은 1972년 초 한국에서 근무하던 미국의 대학교재 전문 출판사 프렌티스-홀(Prentice-Hall)의 전근 발령을 받고 영국에 도착했을 때 그 당시 출시된 레코드 ‘아프리카의 성곡(聖曲, African Sanctus) ’를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아프리칸 상투스는 영국의 민속음악학자 데이빗 팬쇼(David Fanshawe, 1942-2010)가 1969년부터 1975년까지 지중해로부터 빅토리아 호수까지 카누를 타고 나일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이집트, 수단, 우간다, 케냐 등지에서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아름다운 토속 음악을 녹음해 유럽의 라틴계 미사 성곡의 하모니를 대위법으로 접속시켜 작곡한 13악장의 합창곡이다.

1975년 부활절에 방영된 BBC1의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특히 한 장면이 놀라웠다. 어느 한 산꼭대기 분지로 모여드는 여러 부족들이 하늘을 향해 다 함께 찬가를 부르는 소리가 그야말로 모두가 하나로 어울리는 혼연일체 되어 혼연천성(渾然天成)의 우주적 하모니 화음을 이루고 있었다.

이 지구상에 아직도 미-소 냉전의 유일한 잔재로 남아, 남-북이 동족상잔의 대치상태인 한반도에서 뭣보다 시급히 필요로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좌파다 우파다 하는 빨갱이, 파랭이, 노랭이 타령일랑 어서 졸업하고 세계적 아니 우주적 안목을 가진 코스미안을 양성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말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최근에 있어 온 무슬림 혐오증에 이어 요즘에는 반(反) 아시아인(Anti-Asian) 증오범죄가 코로나 팬데믹 같은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오늘날엔 그 더욱 그렇지 않으랴.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l, 1918-2013)의 어록 중 하나를 인용해보리라.
“아무도 피부색이나 출신 배경이나 종교 때문에 다른 사람을 미워하도록 태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증오하도록 세뇌가 돼야 하고, 그럴 수 있다면 동시에 사람을 사랑할 줄도 알 수 있는데 이 사랑은 그 반대인 미움보다 더 자연스런 인간의 본질이다. 글 ‘바벰바족의 용서’에 대해 알아본다.

남아프리카 부족 중 하나인 바벰바족 사회에는 범죄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바벰바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학자들은 이 부족을 연구하여 마침내 놀라운 이유를 발견했다. 이 마을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나오면 그를 광장 한복판에 세운다.

마을 사람들은 돌아가며 시작한다. 비난하는 질책의 말이나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닌 그의 과거에 있었던 미담, 감사, 선행, 장점을 열거하는 말들을 한마디씩 쏟아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칭찬의 말들을 쏟아내다 보면 죄를 지은 사람은 흐느껴 울기 시작한단다. 그러면 사람들이 한 명씩 다가와 그를 안아주며 진심으로 위로하고 용서해준다. 당장에라도 온 인류사회에 적용되었으면 좋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가족끼리라도, 동족끼리라도 먼저 시도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나아가 인류사회 전체에 파급되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

<이태상/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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