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왜 사십니까?

2023-02-02 (목) 한재홍/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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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음력으로 금년은 토끼해라 한다. 사람의 삶을 짐승들과 비교하며 사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러나 전통을 무시하기에는 인간은 한계가 있다. 우리는 이솝의 이야기에서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하는 모습이 소개된다.

이는 사실적으로 모순이 아닐 수가 없다. 뛰는 놈과 걷는 모습이 비교가 되겠는가? 여기서 우리는 깊은 교훈을 받는다. 거북이는 경주의 개념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다. 목적지를 향한 자신의 의지를 보인 것이다.

우리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시작해서 벌써 한 달을 보냈는지요? 그리고 우리는 경쟁의지를 가지고 싸우듯이 살지 말고 차분하게 자신의 목적지를 정하고 평안한 마음으로 살았으면 한다. 사람이 경쟁의식을 가지면 마음부터 바빠진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다. 그래서 각종 병도 생기고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마음이 쪼들린다. 그래서 의욕을 잃고 비교하다 허탈함을 가지게 된다. 우리의 삶은 하루 이틀이 아니고 일이년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이민의 일과다. 이민은 새로운 시작이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상황에서 삶은 참으로 힘든 것이다. 그런 상황을 생각하면 우리 한인 일세들이 얼마나 수고하고 노력했는지를 보여준다. 엄밀히 따지면 반세기의 세월 속에서 우리는 이만큼 이루어 놓았다. 밤낮이 없이 살아왔다.

그래서 우리도 지금쯤 쉴 때도 되었고 쉬엄쉬엄 일한다고 욕할 사람도 없다. 그런데도 지금도 그 습성을 벗지 못하고 경쟁구도에서 쉬지 않고 오늘도 뛰고 있다. 진골이 다 빠져 힘이 없는데도 말이다. 왜냐고 하면 자식들 핑계를 대곤 한다.

목적지가 머지않아 쉬어가는 토끼의 마음이 아니라 쉬어가도 되는 입장에서 쉬엄쉬엄 하루하루를 즐기면서 살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목적지를 정해놓고 거북이처럼 뚜벅뚜벅 걸어가자는 것이다.

뒤를 돌아도 보고 좌우도 바라보며 누리며 살아보자는 것이다. 진실한 인생의 길을 걸어가자는 것이다. 삶의 의미를 되새김하며 보람도 느끼며 자랑할 것이 있으면 자서전 책을 만들기보다 덕담으로 남기면서 살아보자는 것이다.

천상병 시인의 고백처럼 소풍 왔다 즐겁게 돌아가는 기분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살아가면 얼마나 즐겁겠냐는 것이다. 어릴 적 소풍가던 날이 얼마나 기다려지고 즐거웠던가! 그런 기분을 가지고 이민의 역사도 이제는 엮어 갈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들을 돌아보면서 거울을 보면 주름살이 많아 옛 모습은 없다. 그렇다고 후회하라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알차게 살아왔다.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가 없이 열심히 살아왔다. 한 점 부끄럼이 없이 말이다.


정말로 우리의 삶은 도착지가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이민의 삶의 길 위에 있다. 여기서 보람을 느끼지 않으면 후회의 삶으로 전략한다. 무일푼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민의 삶을 시작했다.

중간에 이민 온 사람들은 돈을 가지고 온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초기 이민자나 유학생이나 여행자에게 국가가 돈이 없어 100달러를 공식으로 바꿔주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들이 피땀 흘려 돈 벌어 한국에 송금한 돈이 얼마인가?

아무튼 우리 유학 왔다 잔류한 사람이나 이민 와서 뿌리내린 분들이나 무작정 왔다가 자리 잡은 모든 분들이 금년에는 목적지를 바르게 정하고 경쟁심을 버리고 뚜벅뚜벅 느리더라도 거북이처럼 가다보면 우리의 끝이 아름다운 결과에 이르지 않겠는가? 승리는 내 것이 될 것을 보면서 경쟁심을 버리고 보람되고 행복하게 금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싶다.

<한재홍/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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