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꽃이 들려준 법문
2023-01-26 (목)
한 10년 가물어 한 10년 목이 탄 이 땅을 한목에 적셔주려는 듯 이 겨울 캘리포니아에는 참 자주 비가 내린다. 바람도 잦고 드세다. 건물 빼고 뭐 빼고 세상은 온통 파랗게 변했다. 드문드문 볕 좋은 날을 틈타 꽃을 피우고선 다시 온 비바람에 떠는 초목들이 수두룩하다, 영화사 뜰에도(사진). 한국 지인들에 가주의 겨울꽃을 일러주면 거개들 일단 “아니 겨울에도?” 한다. 그럼 짐짓 한소식 얻은 도인처럼 되묻는다. “허허 거 지금 털옷을 입은 까닭은 1월이기 때문인가 춥기 때문인가? 또 몇달 전 반소매는…?” 1월이니 겨울이니 이름에 얽매이지 말라고 순간순간 인연(조건)의 조화에 눈을 뜨라고 여기저기 초목들은 늘 그렇게 온몸으로 법문을 한다. <글-정태수 기자, 사진-동진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