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 ‘범주화의 위험’

2023-01-23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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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의 멕시코인 노동자 후안은 미국 백인 고용주와 뚜렷이 구별된다. 후안은 고용주와 다른 동네에 살고, 다른 언어로 말하며, 완전히 다른 전통에 따른다.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도 다르고 출석하는 교회도 다르다. 후안의 고용주가 보기에는 멕시코 사람들이 나태하고 부주의 하며 신뢰할 수 없다고 단정한다.

특히 높은 세금이나 경제적 불황이 멕시코인들 때문이라고 믿는다면 더욱 그렇다. 후안의 고용주는 이제 ‘모든 멕시코인은 게으르고 신뢰할 수 없다’고 범주화한다. 후안의 고용주는 다른 멕시코인을 만나도 이 확신을 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확신은 잘못되었다. 왜냐하면 모든 멕시코인이 다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고든 올포드의 ‘The Nature of Prejuice’중에서)

범주화(categorization)는 편견을 낳고 편견은 인간 사회를 분리시키는 결과는 낳는다. 서로마제국은 노예 제도를 시행하면서 사회 구조를 4단계로 범주화했다. 관료와 군인을 우대하고 상인과 무역을 천대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에 이르러서는 고강도의 관료주의를 범주화하다가 나라가 분열되어 스스로 망했다.


권위주의적 인격을 가졌던 나치의 히틀러도 인종 범주화에 몰입하다가 스스로 패망의 무덤을 팠다. 권위주의적 인격을 가진 사람은 강자에겐 관대하지만 약자에 대하여 고압적이다. 그들은 평등, 균형을 기피하는 경향이 많다. 그들은 권위에 대한 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관료주의를 선호한다. 권위주의적 인격을 가진 사람은 자기중심의 범주화에 쉽게 빠진다.

초기 기독교는 암울한 무성전시대에 메시아를 대망하던 원시 유대교 안에서 작은 그룹으로 시작했다. 이 초기 기독교가 갑자기 세계 종교가 될 수 있었던 비밀이 비범주화, 평등주의에 있었다. 16세기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약소국이었다. 가톨릭교회가 유럽 전체를 휩쓸고 있을 때 영국은 프로테스탄트 교회는 겨우 발아기를 지나고 있었다.

이때 영국교회의 개혁운동이 불꽃처럼 일어나 범주화의 아성인 성공회로부터 벗어났다. 이것이 영국 청교도의 시작이다. 그 후 영국과 미국역사의 흐름이 돌연 바뀌었고 세계를 주도하는 선진국이 되었다.
범주화가 시행되면 동조의 심리가 형성된다.

내부 집단은 하나로 결속된다. 한편 치명적 단점이 따르기도 한다. 불평등 범주화가 고착되면 정상적인 상황 판단이나 미래를 예측하는 예지 능력이 마비되는 위험이 뒤따른다. 인간의 심리에는 위험한 관성이 작용할 때가 참 많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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