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흑인피고에 왜 ‘국적’ 자꾸 따지나?...주대법원, 휘트먼 카운티 검찰의 ‘인종편견’ 들어 원심 파기환송 판결

2023-01-20 (금)
크게 작게
흑인피고에 왜 ‘국적’ 자꾸 따지나?...주대법원, 휘트먼 카운티 검찰의 ‘인종편견’ 들어 원심 파기환송 판결
한 폭행혐의 흑인청년의 재판에서 휘트먼 카운티 검찰이 백인증인들에게 그의 ‘국적’을 계속 질문한 것은 인종적 편견의 발로였다며 주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재판을 1심법원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검사가 백인증인들을 ‘굿사마리탄’이라고 치켜세우면서 폭행현장에서 그들 못지않게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한 유일한 흑인증인에겐 일언반구 없었던 것도 인종편견과 무관치 않다고 밝혔다.

라켈 몬토야-루이스 대법관은 또 검사가 피고에게 “애완견을 잘 돌보느냐”고 물은 것은 사건의 본질과 전혀 관계없는 질문이었다며 이는 흑인들이 개를 홀대한다는 속설을 들어 배심원들에게 피고도 그런 류의 흑인이라는 점을 각인시키려했던 의도로 비쳐진다고 판결문을 통해 지적했다.


피고인 타일러 테렐 배그비는 2018년 대학교 남학생 동아리 파티 도중 여자 친구와 말다툼하다가 구경꾼 한 사람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후 절도, 폭행, 괴롭힘 등 숨겨졌던 다른 혐의들이 밝혀지면서 추가로 기소됐다. 1심 재판에서 배심은 이들 혐의에 모두 유죄평결을 내렸다.

하지만 담당 검사는 재판과정에서 증인들에게 배그비의 국적에 관해 대여섯 차례 연거푸 질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배그비는 미국시민권자이다. 증인들은 검사가 배그비의 국적이 아닌 인종을 묻는 줄 알고 그가 흑인이라고 대답했다.

배그비의 변호사 트래비스 스턴스는 검사가 백인들로만 구성된 배심 앞에서 그런 질문을 계속 던진 것은 배심에게 인종편견을 유발시킬 의도였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몬토야-루이스 대법관은 검사가 국적을 계속 따진 것은 “미국인은 백인이어야 하고 흑인은 어쩐지 외국인 같다”는 고정관념을 배심원들에게 주입시킴으로써 이들이 배그비의 인종적, 민족적 배경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