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평안도

2022-12-13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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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도(平安度)란 마음이 편안한 수준을 가리킨다. 교회당 건축을 할 때 건축 설계사가 “사람들이 앉았을 때 마음이 편해야 합니다.”고 하였다. 그래서 밖이 내다보이는 유리가 아니라 스테인드 그래스(무늬가 있는 색유리)를 사용하고 내부 설계를 되도록 안정감을 주도록 힘쓴다는 것이었다.

상담학에서 상담 받는 사람의 마음이 최대한 편안하도록 상담실이나 편안한 의자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목사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상대의 마음이 편하도록 복장, 태도, 말, 상담실, 환경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상담자나 상담을 받는 사람이나 흥분해 있거나 조금이라도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는 상담이 제대로 될 수 없다.

평안도와 행복감은 정비례한다.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평안도가 높음을 말한다. 가끔 총각들이 어떤 여자와 결혼해야 행복합니까 하고 묻는다. 한 마디로 대담이 불가능한 질문이지만 가볍게 “밥 잘 먹고 속 편한 여자와 결혼하라”고 대답한다. 밥 잘 먹는 것은 건강한 증거이고 속 편한 것은 마음의 평안도가 높음을 가리킨다.


‘강태공의 곧은 낚시’란 속담이 있다. 강태공이란 학자가 낚시를 하는데 곧은 낚시를 쓴다는 것이다. 곧은 낚시에 물고기가 걸릴 수 없다. 이 사람은 고기를 잡으려고 낚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낚시를 드리우고 생각에 잠기기 위한 것이다. 낚시를 드리우고 수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므로 깊은 생각에 잠길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도 깊이 하려면 마음의 평안도가 높아야 한다.

한국신학대학 총장을 지낸 김재준 박사는 명필로 유명하다. 내가 글을 요구하였더니 한자로 “마음의 평안이 있으면 어두운 방 안에도 푸른 하늘이 있다”는 글을 주셨다. 마음의 평화가 행복을 만든다는 교훈이다. 불행한 상태를 속이 들끓는다는 표현을 쓴다. 속이 뒤틀리는 것이 불행이다.

나치 독일은 수많은 유대인들을 개스실에 넣어 죽였다. 코리 템풀이란 사람의 수기가 남았는데 이런 이야기가 있다. 역시 죽음을 기다리는 한 소녀에게 코리 템풀이 위로하며 말하였다. “우리가 죽어도 영원히 죽는 것이 아니고 하늘나라에 가서 살게 되는거야” 소녀가 물었다.” 하늘나라에도 내가 꿈꾸는 푸른 골짜기의 작은 오막살이가 있어요?” 이 소녀의 평안도는 큰 집이 아니라 작은 오막살이였던 것이다 큰 집에 살지 않고 좋은 음식을 먹지 못해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사람 나름대로 많이 있다.

벼락이 치면 아이들은 엄마의 품 속으로 들어간다. 벼락은 무서운 것이 아니라는 과학적인 설명보다 아이들에게 평안을 주는 것은 엄마의 품 속이다. 사람에 따라 평안도를 얻는 방법이 다르다. 종교인은 기도를 드릴 때 평안도가 높다.

가장 마음이 편할 때가 새벽이므로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새벽기도란 세계 최초의 기도회를 만들었다. 새벽기도란 최초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할머니도 새벽에 장독대에 물을 떠놓고 신령님께 기도를 드렸다. 복잡한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드리는 기도는 정성이 최고이므로 신령님이 들으실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냐의 평안도를 높일 것이냐? 결국 그것이 행복의 추구인데 각자의 방법으로 모두가 노력하는 것이 수양이요 신앙이요 도를 닦는 것이다. 낚시 명상 바둑 기도 독서 등 많은 방법이 있다.

어떤 이는 운동을 할 때가 가장 마음이 평안하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부지런히 일을 할 때가 편안하다고 말한다. 마음에 사랑이 있을 때가 가장 편안한 상태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거나 누구나 평안도를 높이려고 애쓰며 산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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