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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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 일하는 기쁨

2022-11-15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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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는 불행의 대명사이다. 일이 있다는 것이 행복을 말한다. 아침 일찍이 일터로 출근하는 사람은 일단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할 일이 없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불행이다. 요즘 여성들이 결혼을 기피 하는 이유가 “일이 있으면 되었지 왜 남자가 필요하냐”고 말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일명 ‘공작 하는 동물’이라고 말한다. 두뇌가 발달했고 세밀한 것을 다룰 수 있는 손이 있고 움직일 수 있는 다리가 있다.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이 인간이다.
대작곡가 푸치니가 암 진단을 받는다.

그의 마지막 오페라가 될 라보엠을 작곡하고 있는 중이었다. 주변에서 일을 중단하라는 충고를 하였으나 그는 “작곡이 나의 인생이다. 하는 데까지 하다가 죽으면 누군가가 그 뒤를 완성할 것이다”고 하며 작곡을 계속하다가 죽는다. 이 곡은 그의 제자 토스카니니가 완성하였다.


토스카니니는 이 곡의 첫 공연에서 푸치니가 작곡한 부분까지를 연주하고 잠간 연주를 중단하였다. “여기까지가 제 스승 푸치니의 작곡입니다. 이 뒤는 부족하지만 제가 작곡한 것입니다. 푸치니는 위대한 작곡가였습니다”

일은 내가 완성 못해도 후세에 이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며 영광이다. 미국의 공업단지인 실리콘밸리의 조사에 의하면 노동자의 12%만이 일에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먹고 살기 위하여 억지로 일하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일을 하나님이 맡기신 일 곧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수입의 크기와는 상관 없이 기쁨으로 알아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아침 일터로 나가는 사람은 두 개의 손잡이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하나는 사명이라는 손잡이고 다른 하나는 밥벌이라는 손잡이다. 사명감에 사는 사람이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다. 성경은 그런 삶을 부르심의 인생이라고 말한다.

화가 밀레의 명화 만종(晩鍾)이 있다. 농부 부부가 멀리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를 들으며 하루의 일을 마치는 기도를 드리고 있는 장면이다.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빛의 촛점을 농부가 들고 있는 농기구에 두고 있음을 알게 된다. 화가는 노동의 신성성을 나타내려고 한 것이다.

성경의 창조설화에 의하면 처음 사람 아담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지 않은 죄에 대한 심판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것은 심판이 아니라 축복이었다.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었던 것이 축복이 아니다. 이마에서 땀을 흘려야 먹을 수 있는 에덴 밖의 생활이 축복인 것이다.

최근 우리는 아주 독특한 인간을 알게 되었다. 뉴욕 양키즈 팀의 감독 빌리 마틴이다. 이 사람의 인생은 불행의 대명사와 같았다. 부부관계도 실패, 형제와도 늘 싸웠고, 알콜 중독자에다가 다른 사람들과도 사이가 나빴다. 그러나 그가 잘 하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이 야구 감독이다.

또 한 사람 칭찬을 많이 들은 이는 고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여사였다. 케네디도 그 부인의 인기 때문에 많은 점수를 땄다는 평이다. 케네디 사망 후 부호 오나시스와 결혼하였는데 역시 부호의 부인으로 높은 품위를 보여 인기가 높았다. 오나시스 사망 후 뉴욕에 살며 뉴요커들로부터도 사랑을 많이 받았다. 왜 인기가 있을까? 자기의 위치를 잘 지키고 품위를 유지하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일본의 어느 교회에 갔다가 큰 감동을 받은 일이 있다. 신발을 벗고 마루에 앉아 예배를 드리는 옛적교회인데 교인들이 벗어놓은 신발을 가지런히 신발장에 올려놓는 중노인이 있었다. 그 분이 현직 일본 정부의 장관이라는 말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 겸손한 장관님이다.

나의 일이 하찮은 일, 수입이 적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의 인생, 나의 품위를 지키는 것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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