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망대 - 이태원 참사와 사회안전망 붕괴

2022-11-14 (월)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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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9일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뉴스로, 핼로윈 행사를 보기 위해 외국인이 많이 산다는 이태원에 갔다가 속수무책으로 156명이 압사를 당했고 17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IMF가 발표한 경제선진국 순위 답지 않게 후진국형 참사로 인한 망자들의 신발과 유품을 보고 가슴이 먹먹했고 뭐라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많은 꽃다운 젊은 청춘들이 허망하고 비통하게 무너져야 한단 말인가! 고인들에게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올린다.

이번 참사로 유족은 물론 생존자들도 심한 사회적 불안과 외상 후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참사 현장을 목격한 일반시민과 지역주민, 또래 잃은 친구들, 직접 구급 활동을 한 경찰과 구급대원 들이 죄책감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일부 시민들은 우울하고 무기력하며 심리적 불안으로 삶 자체가 무겁게 느껴지면서 불면과 소화불량, 기억력 감소와 반복적인 사건 회상으로 혼잡한 출퇴근같은 유사 상황을 회피하며 심리적 정신적으로 ‘N차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한국사회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한 이전에 고령이나 질병에 의한 사망으로 알았던 죽음에 대한 양상도 달라져 누구나 죽을 수 있다는 무력감과 좌절감 등 강박관념도 삶에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참사 생존자들도 정신적 치료가 필요하고 고인들에게 미안한 감보다는 열심히 살아주고, 국가는 안전대책을 세워 추후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것이 고인들과 유족들의 바램이요 그들에게 보답하는 길일 것이다.

이번 참사를 보면서 어느 작가는 ‘치안 부재의 나라, 안전불모지대’라고 인식했다. 선진국에 다다른 한국사회가 고도 경제성장 위주에 따른 부작용으로 여기저기서 터지는 총체적 위기속에 사회안전망은 붕괴되지 않았나 싶다! 도대체 국가의 위기관리시스템은 어떠한 역할은 했단 말인가?

사회 안전망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재해, 실업, 노령, 빈곤, 질병 등 각종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사회적 구성원(여기서 전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세운 윤리나 규칙, 제도, 법률 따위의 안전장치, 및 메뉴얼들을 통틀어 말한다.

재난시에 국가와 관계기관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최소한의 손실만 나도록 사회안전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사회안전망의 붕괴와 신고한 사건에 대한 보고체계나 지휘관들의 안일한 부실대응이 대참사를 야기하였다.

지난 6월16일, 국제관계 싱크 탱크인 경제 평화 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세계 평화지수(GPI) 2022’보고서를 공개했는데, 세계 163개국 대한민국이 43위이며, 1위는 아이슬랜드, 2위 뉴질랜드, 3위 아일랜드, 4위 덴미크, 일본 10위, 중국 89위 순이다.

세계평화지수란 사회 안전망 및 안보, 군사 예산, 나라별 분쟁, 군사화 정도 등 23개 지표를 종합 계량화하여 평화로운 나라인지 순위가 매겨진다. 안심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중요한 펙터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우리 사회가 위험사회라고 보고, ‘기술발전이 생존과 안전을 위협하는데에 무책임한 제도와 이기주의가 위험사회를 심화시킨다고 했다. 관계 부처간에 이기주의나 사각지대가 있어서는 안되며, 행정, 치안, 소방이 112와 119가 통합관리가 되도록 사회 안전망이 구축되어 국민들은 평화롭게 살 수 있어야 행복 지수도 높아지는 것이다.

대중화 시대에 10만, 20만이 아니라 100만 이상도 운집할 다중대회가 언제든지 열릴 수 있으니, 국가와 관계기관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유관기관과 안전메뉴얼을 철저히 점검하고 국가 사회안전망을 확고히 구축하여야 한다.

사고는 예고치 않는다. 어처구니없이 당하는 일이 없도록 유비무환 정신으로 예방을 최우선으로 하며, 사고 후 수습은 다음이다. 국민들도 국가 통제를 잘 따라주고 이번 참사에서 4분내의 심폐소생술이 생명을 구했듯이 국가차원에서 직장, 학교, 관공서, 일반시민까지 심폐소생술 확산 교육도 고려됨이 어떨까!.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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