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론 - 절차적 정의란 무엇인가?

2022-11-04 (금) 신응남/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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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침묵할 권리가 있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모든 것은 법정에서 당신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변호사와 조언을 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형사드라마를 통해 잘 알려진 미란다 법칙(Miranda Rights)이다.

애리조나에서 살고 있던 미란다는 18세 여성 납치강간 사건의 경찰 심문과정 끝에 나온 자백을 근거로, 1963년 20여년의 중형을 선고받는다. 그러나, 미연방대법원은 1966년 (미란다 v. 애리조나) 상고심 공판에서 피고인이 성폭행한 혐의가 있더라도, 경찰이 피의자의 수정헌법 제5조 진술거부권과 제6조 변호사 선임권이 있음을, 알려주지 않고 취득한 자백은 재판에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1966년 6월 석방한 판결로부터 그 법칙이 시작되었다.

한 예로 미 오레곤 소재 연방순회법원 2002년 (United States v. Kim)케이스는, 김씨가 운영하던 ‘릴 부릭’델리에서, 각성제 마약 (메스암페타민)원료 판매하는 것을 압수수색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경찰이 수색영장 집행과정에서, 당시 아들이, 엄마는 영어를 잘 못한다고 했으나, 미란다 경고 없이, 각성제의 출처 및 판매대금 등을 심문하여 확보한 자백을 근거로 형사 입건한 사건에서 ‘증거채택 불가’의 하급법원 판결을 확정한 사건 등도 있다.

1868년 통과된, 수정헌법 제14조항은, 실체적 정의라 할 수 있는 제13조 노예제도 폐지와 함께, 개인 권리의 동등한 보호조항( Equal Protection of Laws)과 절차적 정의를 강조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개인의 생명, 자유 및 재산을 침해 할 수 없다는(Due Process of Law)두가지의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당시 1960년대까지 만해도 경찰은 체포후 구금되어 공포에 빠진 피의자에게 가혹한 질문이나 속임수로 자백을 받아내는 일이 많았다. 결국 강압적인 수사를 없애는 것이 근본적인 인권보호의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해서 마침내 미란다 법칙이 생겨났다.

미국은 법무성을 Deparment of Justice 라고 부르며, 대법원 판사를 Justice라고 부른다. 법원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Dike)은 눈을 가리고 한손에 칼과 다른 한손에 저울을 들고 서있다. 눈을 가린 것은 정의의 판단은 사적 편견이 아닌 증거로 하며, 평형을 유지하는 저울은 법 집행의 공정성, 칼은 바로 공권력 상징인 것이다.

그러면 정의란 과연 무엇인가?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질문 가운데 하나이다. 플라톤등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자들은 ‘정의란 시민 모두를 위한 공동선’을 이룩하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또한 ‘정의란 각자에게 그에 합당한 몫을 주는 것’ 이라고도 주장을 했다.

정의의 개념을 ‘실체적 정의’와 그 정의를 어떻게 실현해나가는가 하는 과정의 ‘절차적 정의’로 구분할 수 있다. 20세기 들어, 존 롤스(John Rawls)에 의해 절차적 정의 이론이 중요시 다뤄지고있는 이유는, 실체적 정의의 분석 및 평가는 쉽지않지만, 절차적 정의는 그 공정성이 확보되면 정의로운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여러 피의자를 기소하지 못해도, 무고한 한 사람의 피의자를 발생치 않게 하는 것이 미란다 법칙이 갖는 절차적 정의가 주는 중요한 의미이다.

우리가 속한 사회 종교단체 그리고 국가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수많은 편법을 목격한다. 그래서인가, 우리는 정권이 바뀌면 권력을 남용한 전 정권의 수장을 감옥으로 보내는 사례를 여러번 목도했다.

문명, 국가, 기업이든 간에 외부 강압에 의해 멸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의 경우 멸망의 뿌리는 자체의 문제로 자라며 스스로 파멸된다. 멸망으로의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허물을 벗는 뼈아픈 혁신이 요구된다.

서구 선진사회는 오랜 투쟁과 혁신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는 절차적 정의 단계로 발전해왔다. 그에 비해 모국은 경제적 선진은 이룩했으나, 교양시민으로서의 의식 수준과 철학적 사유의 깊이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신응남/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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