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 책도반 조계종 선정 ‘올해의 불서 10’
2022-10-20 (목)
정태수 기자
‘덕 높으신 스승님’을 먼발치서 한번 보는 것만 해도 예삿일이 아니었다, 옛날에는. 일년 365일 아무 때나 뵐 수 있는 분이 아니니 뭔 날 빼고 뭔 날 제하고 가더라도 허탕 안치는 날을 고르는 것만 해도 일이었다. 스승님의 법체만 뵙는 게 아니라 기왕에 귀한 말씀을 듣겠다면 고를 수 있는 날은 더욱 줄어들었다. 그나저나 날 잡히면 일단 고생끝일까? 천만의 말씀! 고생은 아니어도 고행이 기다렸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발이 부르트도록 머리어깨 허리무릎 온 삭신이 욱신거리도록 뵈러 가고 뵙고 오느라.
이제는? 안락의자에 비스듬히 파고앉거나 아예 침대에 드러누워 리모컨을 누르거나 간간이 일어나 컴퓨터 자판을 토닥거리면, 그것도 귀찮으면 휴대폰을 꺼내 만지작거리면, 고승들의 법체를 뉘나도록 볼 수 있고 법문을 물리도록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마음공부 책은 또 얼마나 많은가. 날이면 날마다 새책들이 쏟아져 뭣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되는 세상이 됐다.
몇백년 아니고 불과 몇십년 전에 살다간 사람이 환생해도 얼른 적응하기 힘들만큼 ‘눈부신 변화’가 순기능만 한다면야. 눈이 부신만큼 그림자도 짙어서 탈이다. 요즘의 대세 유튜브세상에는 정체불명 선사 도사 법사 수좌들이 앞다퉈 법음을 전하느라, 개중 상당수는 법음 비즈니스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쏟아지는 마음공부 책들 가운데도 부처님 가르침을 잘못 전하는 책, 부처님 말씀인 듯 자신의 주장을 떠벌인 책,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고 맑고 고운 말로 시작하는데 결론은 묘하게 맺는 속보이는 책들이 한둘 아니다. 독초가 더 예쁘고 못먹는 열매가 더 먹음직스럽다던가. 책 아닌 책은 제목과 편집이라도 엉터리라 얼른 표가 난다면 좋을텐데 대개 너무 맵씨있게 표가 난다. 게다가 학력이니 경력이니 저자의 스펙도 끝내주기 일쑤다.
이래저래 참 편해졌지만 깜박 속기도 쉬운 세상에, 즐비한 마음공부 책들 앞에서 “이거 혹시?!” 하지 않고 마음놓고 집어들 수 있도록 믿음직한 안내자 역할을 해온 것이 조계종 총무원이 주최하고 불교출판문화협회가 주관하는 연례행사 ‘불교출판문화상 올해의 불서 10’이다. 올해로 19회째를 맞은 불교출판문화 대축제에서 ‘세계불교음악순례’(윤소희 지음/운주사, 사진)가 대상을 차지했다.
불교음악 관련서적이 올해의 불서 으뜸상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올해의 불서 10에 선정된 것만 해도 이례적이다. 세계불교음악순례가 그만큼 ‘읽을 가치’ 푸짐한 책이란 의미겠다. “이론과 실제가 어긋나는 우리 범패에 대한 의구심을 해결하고자 불교음악의 원류를 찾아 떠난 학문적 탐구의 과정이자 세계 각국의 불교(의식)문화를 담은 순례기”란 호평이 붙은 이 책의 저자는 부산대에서 한국음악과 작곡을 공부하고 한양대 대학원에서 음악인류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윤소희 한국불교음악학회 학술위원장이다.
이밖에 보일스님이 쓴 ‘AI부디즘’과 이규술작가의 ‘떠나기 전 읽어보는 실크로드 이야기’에는 우수상이 주어졌다. 2022 올해의 불서는 지난해 10월1일부터 올해 8월30일까지 한국에서 초판발행된 불서 중 공모전에 응한 21개 출판사 67종 가운데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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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