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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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통신] 10월 단상

2022-10-06 (목)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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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가을이 익어가는 10월을 맞았습니다. 2주전에 밤과 낮의 길이가 갖은 추분을 지내고, 이제 점점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면서 겨울로 가까워져 가게 되는 줄 압니다. 그동안 봄과 여름을 거쳐 가을을 지내며, 지내온 일들을 되살펴 보고 정리하면서 천천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준비를 해야될 때입니다. 산승이 머무는 고성 산위에 오르는 입구 마을에, 벌써 핼로윈과 땡스기빙데이를 준비하는 표식과 함께, 매년 10월 한달동안 열리는 펌프킨페어가 시작되었고, 어른과 어린이들이 호박을 구입하며 가을 수확의 계절을 즐기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지난 여름의 가뭄과 무더위를 겪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새롭게 활기를 되찾고 건강과 평온을 가꾸어 나가야 할 줄 압니다.

10월에는 우선 우리 배달겨레가 가장 뜻 깊고 자랑스러워 하는 국경일인 개천절과 한글날을 생각하게 되고, 우리 모두 그 날들을 자랑스럽게 즐겨마지 않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 오전에는 샌프란시스코 시청에 태극기를 게양하였고, 그날 저녁에는 대한민국 샌프란시스코지역 총영사관 주최로, 아름다운 금문교 근처 프레시디오의 골든게이트클럽에서 개천절 경축 모임이 열렸습니다. 기념 리셉션에는 캘리포니아 부지사와 샌프란시스코시장대리인과 각국 외교사절들을 포함하여 한인 유지 여러분들이 모여, 4355주년 개천절 즉 배달겨레가 단군을 으뜸으로 나라를 시작하였음을 되새기고, 한미수교 140주년을 기리며 만찬의 자리를 가졌지요. 산승도 그 자리에 동참하며, 우리 민족의 긴 역사와 문화전통을 돌아보면서, 나름 불교인의 역할과 도리를 되새기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특히 현재 개철절에 대한 사연을 전해주는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알려진 <삼국유사>를 지으신 일연스님을 생각하며, 당시 세계 최대 최강의 몽골제국과 겨루는 어려운 고려의 상황에서, 민족의 혼과 정기를 일깨우고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려 했던 의지와 노력을 기리고, 그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야 함을 사명처럼 느꼈습니다.

지난 일요일 오후에는 밀피타스시립도서관에서 한글창제579주년 기념식을 가졌습니다. 한국어교육재단이 재외동포재단 및 총영사관과 현지 관계기관의 협조로 한글의 생일을 축하하며,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고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지요. 아울러 한복패션쇼와 한글 붓글씨 시연, 훈민정음 및 한국의 세계최고금속활자본 <직지>의 복사본 감상과 서명 연습, 한글 노래 등으로 젊은 학생 중심으로 귀한 시간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현행 수 천개의 문자들 가운데, 그 글자를 만든 사람과 만들고 반포한 날자가 알려진 것은 오직 한글뿐이며, 가장 과학적이고 철학적이며 배우고 활용하기 쉬운 “한글”의 우수성은 지구촌의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이며 세계인들에게 기여하고 공헌할 보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산승도 그 기림에 동참하며, 산승의 참선 수행전통에서 중요한 자료인, 고려말 백운선사가 저술하신 <직지심체요절> 즉 줄여서 <직지>로 알려진 그 책이, 서지학과 금속활자 등 세계기록문화적 가치는 물론, 각자의 마음을 보고 깨치게 하는 그 책의 내용이 널리 알려지고 활용되기를 바라며 기대합니다. 아울러 산승의 18대 할아버지이기도 한 세종대왕의 민중에 대한 사랑과 자비정신으로 한글을 만드시고 베푸신 배려에 새삼 찬탄과 감사를 금할 수 없습니다. 한글 활용의 모범으로 보이신 <월인천강지곡> 즉, 달과 같은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강과 같은 생명들에게 널리 비추어지고 스며들기를 바라며 지으신 뜻을 되새기면서.

이제 덥지고 않고 춥지도 않은 알맞은 기후의 쾌청한 이즈음 좋은 계절을 맞아, 독자 여러분들 모두 몸은 물론 마음의 건강과 성숙의 보람을 누리시며, “홍익인간 이화세계” 정신으로 우리 민족의 번영은 물론 세계평화에 이바지 하려는 다짐을 하는 시절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개천 만세! 한글 만세! 마하반야바라밀!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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