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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가치 전도의 나라”

2022-10-06 (목) 임택규 목사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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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책은 세상 사람들이 저술한 책들과는 내용과 질,가치와 목적 면에서 판이하게 다르다. 성경책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꿈꾸는 가치체계와 의식구조에 정면으로 도전해서 그것을 변혁시키고 역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예컨대 구약 요나서가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사상이 그러하다. 하나님은 요나에게 당시 유대인들의 통상적인 의식체계에 전혀 적합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사명을 주신다. 요나를 부르셔서 유대인들이 증오하는 앗수르 인들을 향해 그들의 죄악에 대해 외치라 명하신다.이는 앗수인들을 구원으로 인도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조처이다.헌데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민족주의자인 요나에게 이런 하나님의 요구는 받아들이기에 너무 지나친 것일 뿐이다.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당신 명을 수행한 후 니느웨 성 주민들이 망할 날만을 언덕 위에 앉아 지켜보는 요나 앞에서 앗수르 백성들을 구원하심으로 요나와 이스라엘의 잘못된 가치관을 뒤집으신다.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비유 가르침도 구약성경이 담고 있는 정신및 사상과 일맥상통함을 보여준다. 누가복음 16장에 나오는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비유 속에는 가치 전도의 역전기능이 보인다. 하나님은 땅에서 호위호식을 누린 부자를 지옥에 보내시고 거지처럼 산 나사로는 천국에 보내신다. 부와 장수, 건강은 하나님의 축복이요 가난과 질병은 저주로 생각했던 유대인의 통념을 뒤집는 가치 전도이다. 큰 잔치 비유에서도 같은 사상이 흐른다. 잔치에 초청된 상류 인사들은 한 사람도 참여하지 못한채 가난한 자, 몸이 불편한 자,눈 먼자, 하인들과 같은 하류층 사람들이 대거 잔치에 초대된다. 이 역시 당시의 의식체계를 뒤집는다. 같은 날 성전에서 기도했던 바리새인과 세리의 기도 역시 세상사람들의 기준과는 전혀 다른 가치의 역전기능을 보여준다. 율법준수와 하나님에 대한 종교적 행위로 일관한 바리새인의 기도는 거부되고 죄가 많아 사회지탄의 대상인 세리의 기도는 상달되어 하나님께 의롭다 함을 받는다. 마태복음 20장의 포도원 품꾼의 비유도 세상사람들의 통념과는 대척점에 있다. 아침 일찍부터 포도농원에 들어와 일한 품꾼이나 파장을 한 시간 남긴 오후 5시에 들어와 일한 품꾼이 동등하게 대우를 받음으로 당시의 기대구조가 무너진다. 여기서도 처음된 자가 나중되고 나중된 자가 처음되는 역전의 기능이 나타난다. 성경에 나타나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비유는 많은 경우에 사람들의 상식체계, 기존하는 기대구조을 넘어선다.

이처럼 성경은 현 세상의 의식구조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그것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와 의식구도를 소개하고 심어준다. 이 땅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질서와 가치체계, 그것이 하나님 나라의 실체이다. 강도 만난 자가 유대인이던, 그를 구해준 자가 사마리아인이던 그런 것이 문제되지 않는다. 그가 어느 사회에 속하고 그가 어떤 인종이며 어느 지역 출신인가는 하나님 나라에서는 도무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나님나라는 이 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한 높이와 넓이와 깊이와 길이를 지닌다. 모든 편견과 고정관념은 우주적인 하나님 나라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어떤 형태의 인간 장벽이던, 사상이던, 의식구조이던 하나님 나라의 진리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예수님은 이런 하나님나라를 우리들에게 주시려고 이 세상에 오셨다. 참으로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다.하나님 나라는 행위가 아닌,업적과 공적이 아닌 믿음과 사랑으로 수여받는다. 죄를 온전히 회개하고 주를 온전히 믿으면 하나님 나라상속자가 된다. 또한 일흔번씩 일곱번이라도 남을 용서하고 사랑하면 하나님 나라 시민이 된다. 마음과 뜻과 목숨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신의 몸처럼 사랑하면 하늘나라 백성이 된다.

사랑하는 이들이여,믿음 안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죄악 넘치는 세상에 살면서도 하늘의 가치와 뜻을 추구하는, 즉 전도된 가치관을 지닌 하늘에 속한 자들이다.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나라에 있다.하면 의식주를 위시 세상 체제에 지나치게 얽매이거나 빠지지 말고 주님이 일러주신대로 하늘의 진리를 추구하며 주님의 백성답게 살아가야겠다.

<임택규 목사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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