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간 한국에서 지내고 미국에서 안 해주는 무릎치료를 받고 집에 왔다. 죽을 병도 아닌데 너무 극성을 떠는 것 같은 생각이다. 앞으로는 이런 일 때문에는 한국에 가지 않고 여기서 치료 받아야겠다.
남은 세월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한 달은 젊었을 적 일 년보다 긴 시간이다. 치료도 잘 끝났고 친구들과도 좋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 가면 주로 광화문이나 동대문 인근에 숙소를 정한다. 이곳은 젊었을 적 걸어다니며 무교동 낙지골목에서 뚝배기에 담긴 막걸리를 통나무로 만든 테이블에 앉아 키보이스 노래 들으며 조롱박으로 퍼먹던 곳이다. 옆자리에 앉아있는 여자에게 말을 거는 재미도 함께.
그때 그곳에서 말 트고 지냈던 여자 분과 지금도 같이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친구가 있다. 인연의 시작은 어디서 어떻게 생기는지 모른다. 항상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한 친구는 나로 인해 아내를 만나서 신장을 아내에게 이식받으며 눈물 나게 감사히 살아간다. 지금은 부작용으로 이식해준 신장 자리로 자궁이 내려앉아서 재수술까지 받았고 친구 목숨을 살려주고 거꾸로 병원에 누워있는 아내에게 미안해 하며 눈물을 보인다.
내 눈에는 서로가 감사이고, 아무나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받을 수도 없는 크나큰 은혜를 서로 나눠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청진동 해장국에 동대문 스케이트장, 야구경기장을 전차도 타고 걸어 다니던 곳을 지금은 청계천 흐르는 물에 잉어를 보며 걷는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지하철 갈아타고 다닐 곳을 나는 걷는다. 한 시간이 안 걸린다. 중간에는 맛집도 많고 아주 좋다. 옛날을 그리며 비가 오면 지하도로 동대문에서 을지로를 지나 명동으로 해서 광화문, 시청으로…. 내가 지나온 추억의 거리.
강남은 지하철 상가도 다른 곳과 비교가 안 되게 크고 장사하는 곳도 다양하고 물건이 좋아서 동대문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음식도 퓨전으로 팔아서 중국음식도 입맛에 안 맞고 분위기가 외국에 온 거 같아 낯설다. 대한민국은 너무 발전하고 모든 곳이 깨끗하며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친구와 설악산을 구경 다니며 로키 마운틴보다 더 절경인 곳곳을 보았다. 한국에 이렇게 좋은 곳이 많은데 외국에 갈 필요 없다. 친구들은 참 좋은 곳에 산다.
내 나라를 그리며 다녀올 곳이 있다는 게 행복한 삶이지만 평생 살면서 태어난 나라에 안 가는 사람도 많다.
정착하여 자식들이 살아가는 나라도 내 나라가 되었는데 태어난 나라는 여전히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과 같아 기회가 되면 또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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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혁 / 패사디나,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