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지 / 변호사 Prosper Law PLLC 대표
누구나 인생을 살다보면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다치고 아프고 잃고 나서야 배우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독서와 같은 간접경험을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서 삶의 지혜를 얻는 방법을 생각하게 됩니다. 가정법 상담을 하다 보면,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듯이, 부부관계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이른 후에 찾아오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The Four Agreements’ 라는 책은 네 가지 약속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갈등과 감정 소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읽다 보면, 가정법 상담에서 흔히 마주하는 갈등 구조와도 자연스럽게 겹쳐 보입니다.
1. 자신의 말에 결함이 없게 하라 (Be impeccable with your word)
첫 번째 약속은 말의 힘에 관한 것입니다. 여기서 말은 타인에게 하는 말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까지 포함합니다.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깎아내리는 말을 반복하다 보면, 그 인식은 곧 자신의 기준이 됩니다. 가정 문제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봅니다. “제가 원래 못났어요”, “제가 참으면 돼요” 같은 말이 반복되면, 부당한 대우를 경계하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처음에는 작은 무례를 넘기지만, 시간이 지나며 폭언, 통제, 모욕으로 이어지고도 “내가 참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단계까지 악화되기도 합니다. 이 약속은 단순한 자기암시가 아니라, 관계에서 필요한 자기존중의 출발점을 말합니다. ‘자기비하’ 와 ‘겸손’은 분명히 구별 되어야 합니다.
2. 개인적으로 여기지 말라 (Don’t take anything personally)
두 번째 약속은 타인의 말과 행동을 곧바로 ‘나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타인의 행동은 종종 그 사람의 과거 경험, 감정, 불안, 신념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반드시 나의 가치나 인격을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과소비나 도박으로 가정이 어려워졌던 경험이 있는 경우, 배우자의 지출을 보며 실제 지출 규모와 무관하게 위기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정이 망한다”는 공포와 트라우마 때문에, 그 감정이 분노로 표출되면서 갈등이 커지기도 합니다. 이 약속은 상대의 반응을 무조건 참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배우자가 왜 그런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불필요한 상처와 폭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3. 넘겨짚지 말라 (Don’t make assumptions)
세 번째 약속은 우리가 흔히 빠지는 오해의 원인에 대해 말합니다. 많은 갈등은 사실이 아니라 추측에서 시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해석하면서 근거 없는 가정을 만들고, 그 가정을 사실처럼 믿은 채 반응할 때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의심의 확대입니다. 실제로 외도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작은 오해가 쌓여 의심이 확신이 되고, 결국 의처증/의부과 같은 태도로 상대를 몰아세우며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갈등의 상당 부분은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커진 상상에서 비롯됩니다. 가능하다면 “내가 보고 들은 사실은 무엇인지”, “확인된 내용은 무엇인지”를 분리해 보고, 필요한 부분은 질문과 확인을 통해 풀어 가는 편이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4.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라 (Always do your best)
마지막 약속은 결과보다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최선’은 항상 같은 수준의 노력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날의 상황과 상태에 맞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입니다. 핵심은 후회를 줄이는 방향에 있습니다. 분쟁이 커지기 전에 최소한의 실천으로 문제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감정이 격해졌을 때 문자로 다투며 나중에 후회할 말을 남기기보다, 잠시 시간을 두고 차분해 졌을 때 대화 방식을 바꿔 볼 수 있습니다. 재산 문제가 생겼을 때도, 의심만 키우기 보다는 자료를 정리해 투명하게 공유하고, 필요한 부분만 확인해 보는 것이 갈등을 키우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부부 갈등은 대개 말, 해석, 오해, 감정 반응이 반복되면서 커집니다. ‘The Four Agreements’ 가 말하는 네 가지 약속은 갈등을 키우는 습관을 줄이는 생활 원칙에 가깝습니다. 자신을 해치는 말을 줄이고, 상대의 반응을 과도하게 개인화하지 않고, 확인되지 않은 추측에 휘둘리지 않고, 매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하는 것, 이 네 가지를 의식적으로 실천한다면, 삶에서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갈등과 감정 소모는 분명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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