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 가난한 자를 더 힘들게 한 홍수

2022-08-12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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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과 수도권 등 도심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는데 근본원인은 역시 기후변화이다. 북극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해서라고 한다. 폭우로 인해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강원도, 충남권, 충북권 등에도 집중 호우가 쏟아져 피해지역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 폭우는 115년만(기상관측 이후 최다), 100년만(서울관측소와 비교한 하루 강수량), 80년만(서울 관측소와 비교한 1시간 강수량)의 폭우라고 한다.
과거 홍수 기록을 살펴보면 삼국사기와 고려사 등에 대수(大水), 대우(大雨)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근대에 들어와서 1925년, 1948년, 1959년, 1969년, 1977년, 1984년 홍수를 들고 있는데 특히 1925년 을축년 홍수는 그해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네 차례에 걸쳐 전국의 하천을 범람시킨 대홍수였다.


이번에 관악구 신림동 지하방에 서 숨진 장애인 가족 3명의 사연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갑자기 불어난 물이 지하로 흘러들었고 물의 압력으로 문을 열 수 없었다. 방범창으로의 탈출도 불가능했다. 결국 발달장애인 언니와 가족을 부양하던 저소득 노동자 40대 여성.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숨졌다.

이로 인해 뉴욕타임스나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영화 ‘기생충’ 주인공들이 사는 반지하방을 예로 들면서 강남의 화려한 주상복합 타워와 반지하 건물에 사는 저소득층을 대비시켰다.

이에 서울시는 앞으로 폭우에 취약한 반지하주택 건축을 불허하고 기존 주택 20만 호는 유예기간을 주고 없앤다고 한다. 주거용 지하 건축물을 없애고 창고나 주차장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값이 싸기에 반 지하방을 전전 하는 사람들은 어디서 살아야 하는지, 공공임대주택을 짓는다고는 하나 어느 세월에 차례가 돌아올 것인가. 이들 모두 홈레스가 되게 생겼다. 그나마 열악한 환경의 옥탑방 가격도 더 올라가게 생겼다.

우리는 불과 1여년 전 뉴욕에서도 이런 일을 겪었다. 작년 9월1일 허리케인 아이다로 뉴욕과 뉴저지 일대가 물에 잠기고 뉴욕에 비상사태가 내려졌었다. 시민들은 침수된 지하철역에 발이 묶이고 거의 500대의 차가 폭우로 버려진 일이 있었다.
뉴욕에서만 13명이 숨졌는데 이중 11명이 반 지하방에 거주하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었다.

브루클린의 반지하방의 남성은 창문도 없는 곳에서 살다가 변을 당했고 퀸즈 지역 반지하방에서는 아기를 포함한 가족 3명이 숨졌으며 86세 할머니가 목숨을 잃었었다. 물이 차오르자 미처 대피를 못한 것이다. 이런 반지하 방에 식당, 호텔 등에서 일하는 저소득층과 이민자들이 주로 살고 있다. 워낙 렌트가 비싸니 햇빛이 들어오는 위층으로 옮겨갈 수가 없다.

작년 그때, 베이사이드 주차장이 물바다가 되어 트렁크 안까지 물이 들어왔다는 친구는 보험회사로부터 새 자동차 구입비용을 보상받았다. 그러나 반 지하방에 렌트 사는 친구는 옷과 책이 다 젖었고 곰팡내가 나지만 여전히 윗층으로 올라갈 엄두를 못내고 있다.

뉴욕에 언제 이런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그야말로 자연재해는 예측불허이다. 자연재해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것 같아도 절대 공평하지 않다. 가난한 자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홍수 피해를 억제하자면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정확한 예보로 홍수 피해를 최소화 하고 하천 상류의 삼림을 보호육성하여 강우의 유출을 지체시키고 홍수량 조절 및 하천 개수를 해야 한다, 댐, 인공제방으로 안전부문에 투자하고 있다지만 아직 부족하다.

아무튼 기후재앙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자면 생활방식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쓰레기를 줄이고 불필요한 물건을 구입하지 않으며 차 사용 빈도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자원봉사자와 의료진의 호우대처 긴급 활동이 요구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자.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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