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법원, 낙태 합법판결 뒤집는다...‘로 대 웨이드’판결 번복하는 판결 초안 공개

2022-05-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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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 대통령 이례적 성명 “여성의 낙태권 보장”

대법원, 낙태 합법판결 뒤집는다...‘로 대 웨이드’판결 번복하는 판결 초안 공개

낙태권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낙태 찬성론자들이 3일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청사 앞에서 서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 로이터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할 권리를 보장한 ‘로 대(對) 웨이드’판결을 뒤집기로 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일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 작성해 대법원내 회람한 다수 의견서 초안을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에는 ‘로 대 웨이드’로 불리는 1973년 연방대법원 판결로 여성의 낙태권이 확립돼 있다. 이 판결은 임신 약 24주 뒤에는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보고 그 전에는 낙태를 허용해 여성의 낙태권 보장에 기념비적 이정표로 여겨져 왔다.


연방대법원은 이후 1992년 ‘케이시 사건’등을 통해 이 판결을 재확인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법관 구성이 보수 우위로 바뀐 연방대법원이 낙태 가능 기준을 임신 15주로 좁힌 미시시피주(州)의 법률을 작년부터 심리하면서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초안에서 얼리토 대법관은 “로(로 대 웨이드)는 시작부터 터무니없이 잘못됐다”며 “논리가 매우 약하고 판결은 해로운 결과를 초래했다. 낙태에 대한 국가적 합의를 끌어내기는커녕 논쟁을 키우고 분열을 심화했다”고 지적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로, 케이시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헌법에는 낙태에 대한 언급이 없고 어떤 헌법조항도 낙태권을 명시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폴리티코는 공화당 정부에서 임명한 다른 대법관 4명이 지난해 12월 미시시피주 법률에 대한 구두 변론 이후 열린 대법관 회의에서 얼리토와 같은 의견을 냈으며 여기에는 아직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민주당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 3명은 소수 의견을 작성 중이며,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어떻게 결정할지는 불투명하다.

이 의견서 초안을 작성한 얼리토 대법관은 2006년 공화당 소속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명했다.

연방대법원이 이번 판결로 낙태권에 대한 헌법 보호를 무효로 하면 이후에는 각 주 차원에서 낙태 허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절반에서 낙태를 금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폴리티코는 연방대법원 판결이 2개월 내 공표될 것으로 보이며 그때까지는 최종 결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법관들이 회람 과정에서 초안을 여러 번 작성하거나 표를 거래하면서 판결 공개 며칠 전에도 의견을 바꾸는 등 쟁점 사건일수록 심리가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여성의 낙태권은 이념적 성향의 척도로 여겨지는 매우 민감한 현안이다.

폴리티코 보도 이후 분노한 낙태권 옹호론자는 물론 반대론자들도 연방 대법원 앞으로 몰려와 시위를 벌였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3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낸 뒤 “여성의 선택권은 근본적 권리”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보도된) 초안이 진본인지 최종본인지 알지 못한다”면서도 “이 판결은 50년 가까이 이 땅의 법이었는데 법의 기본적 공평함과 안정성 측면에서 뒤집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삼권 분립이 엄격한 미국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 같은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 사회에서 낙태 문제가 얼마나 뜨거운 논쟁적인 이슈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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