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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봉암사 인근 ‘세계명상마을’ 개원

2022-04-28 (목)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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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 대부분 무료 …국적 종교 초월 누구나 이용가능

문경  봉암사 인근 ‘세계명상마을’  개원
희양산 봉암사는 경북 문경의 1,100여년 고찰이다. 통일신라대 말기인 9세기에 지증 국사가 창건했고 구산선문의 일맥인 희양산문 종찰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직지사의 말사인데, 1982년에는 조계종 특별수도원으로 1984년에는 종립선원으로 지정됐다. 성서를 거듭하며 1,000년 이상 버텨온 봉암사는 1947년 10월부터 1950년 3월까지 청담 성철 자운 등 당대의 대표적 선승들이 “부처님 뜻대로 살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행한 결사로 유명하다. 봉암사 결사는 바른 선수행의 본보기뿐 아니라 조계종 정화운동의 나침반 겸 버팀목이 됐다.

연중 부처님오신날 단 하루만 일반인들에 개방되는 봉암사는 안거철에는 약 80명이, 안거철이 아닌 때에도 대략 40명이 선수행에 몰두하는 도량이다. 봉암사 경내는 물론 주변의 사찰소유 산까지 출입이 통제돼 신비감을 더하는 곳이기도 하다. 꽁꽁 닫힌 봉암사 가까이에 활짝 열린 참선도량이 생겼다. 도량 정도가 아니다. 숫제 마을이다. 7년여 준비와 공사 끝에 불기 2566년 부처님오신날을 보름여 앞둔 이달 20일 문을 연 ‘문경 세계명상마을’이다.

국민선방을 넘어 세계선방을 지향하는 세계명상마을은 부지만 8반4천여평방미터(2만5천410평), 그 위에 명상관 2동과 수행자 숙소, 세미나실과 명상카페 등을 갖춘 웰컴센터를 두고 있다. 중(中)선방이라 불리는 명상관 한 곳은 100여명이 동시에 좌선할 수 있다. 앞으로 국내외 수행승들과 일반인들의 개인수행처(꾸띠)와 숲속 명상길 등이 추가로 조성된다. 이곳에서는 한국불교 전통수행법인 간화선뿐 아니라 호흡에 집중하는 초기불교 수행법도 배우고 익힐 수 있다.


태국의 숲속 수행처와 프랑스 테제(Taize) 공동체를 롤모델로 한다는 세계명상마을의 수행 프로그램은 대부분 무료로 보시된다. 두 달에 한 번 예정인 '화두선 9일 집중수행', 평일 선(禪)스테이는 국적불문 종교불문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참가비를 받는 건 매주 금∼일요일의 '3일 집중 수행'뿐이다. 프로그램이 까탈스럽지도 않다. 좌선, 걷기명상 등 프로그램은 빼곡하지만 실참여부는 참가자 자율에 맡긴다. 다만, 선승 53명이 교대로 진행하는 수행 점검 시간에는 꼭 참석토록 권장된다.

지난 20일 열린 개원식에서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 일오스님은 대회사를 통해 "명상수행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이 시대에, 수행의 지평을 넓히는 시절 인연에 도달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이 도량에서 열심히 정진하고 잘 운영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격려사를 통해 "세계명상마을 개원과 간화선대법회를 계기로 우리 전통 선 사상과 문화를 국내외에 널리 알려 위기에 빠진 인류 세계에 희망의 등불이 되기를” 소망했다. 개원식에 이어 전국선원수좌회 주최 '간화선 대법회'가 1주일 예정으로 개막했다. 격년마다 열렸던 대법회는 그간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됐다 명상마을 개원을 기념해 3년 7개월 만에 재개됐다. 선원장 각산 스님은 개원맞이 회견에서 "세계명상마을에 십자가를 가지고 오든, 여기서 다른 신앙생활을 하든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며 “여기서 (다른 종교를) 선교만 하지 않으면 (누구에게든) 개방돼 있다”고 말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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