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창작공간은 우리 손으로” ...100여 창작공간 입주 인스케이프아트 빌딩 매도 계획에

2022-03-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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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예술가들, 건물 매입금액 1,000만 달러 마련 나서

100여 예술가 스튜디오가 입주해 있는 시애틀의 오래된 건물이 매물로 나오자 창작 공간을 잃을 위기에 처한 예술가들이 건물을 직접 사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애틀 차이나타운 인터내셔널 지구내 인스케이프 아트(Inscape Arts) 빌딩이 지난 해 말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정확한 리스팅 금액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빌딩의 매매가가 1,000만달러에서 1,500만달러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상업용 부동산 자료를 제공하는 코스타가 평가한 이 건물 가격은 1,000만달러다.


7만6,600평방 피트에 달하는 이 빌딩의 리스팅 사실이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이 건물 안에 100명이 넘는 시애틀 지역 예술가들의 스튜디오가 입주해 있기 때문이다.

빌딩 소유주가 재개발을 염두에 두고 매매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뜩이나 큰 타격을 입고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대료에 시름하던 입주 예술가들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예술가들은 논의 끝에 빌딩을 직접 구매하기로 하고‘인스케이프의 친구들’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현재 시애틀시와 킹 카운티를 비롯해 지역사회 관계자들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기금 마련은 순조롭지 않다.

현재까지 알려진 총 모금액은 6만9,000달러로 매입 금액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노스웨스트 필름 포럼이 4만3,000달러를 기부했고, 킹 카운티 의회가 2만달러, 킹 카운티 컬처럴 펀딩 에이전시인 4컬쳐에서 5,700달러를 후원했다.

단체 홈페이지에는 500여명 이상이 ‘인스케이프의 친구’로 이름을 올리고 후원을 자청하고 나서기도 했다.

기금 모금을 돕기 위해 시애틀시 문화공간 개발을 위해 2020년 만든 공공기관인 ‘컬처럴 스페이스 에이전시’도 나섰다. 에이전시 임시 이사 매튜 리히터는 다수의 관심있는 투자자들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아직 재정지원 약속을 받지는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치인들도 건물 매입을 돕기 위해 나섰다.

인스케이프 빌딩이 포함된 부지를 지역구로 하는 샤론 토미코 산토스 워싱턴주 하원의원은 지난 회기 동안 25만7,500달러의 예산지원을 요청했지만 결국 지원을 받지는 못했다. 그녀는 다음 회기에 다시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애틀의 랜드마크 보존위원회와 함께 이 건물을 유적지로 인정받아 보존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1931년 건립된 이 건물은 당시 중국인 이민자를 구금한 시설로 사용됐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일본인 투옥에 사용한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빌딩 외벽에는 당시 억류됐던 이들의 이름과 국적이 적혀 있어 암울했던 과거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 어번의 그렉 스미스 최고경영자(CEO)는 “이 건물은 이 지역 다른 사무실 공간이 해내지 못하는 멋진 요소를 창조해내고 있다”며 “예술가들이 가격으로 평가되기 보다는 우리 커뮤니티의 핵심 요소로 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물 입주민이기도 한 사진가 케스텐 모한은 “시애틀 최대 예술문화 거주지이자 우리 도시에서 문화적ㆍ역사적 의미를 지닌 가장 큰 건물을 잃는다면 시애틀 예술공동체는 물론 지역사회에 큰 비극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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