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 소중한 화분 3개

2022-03-16 (수) 김길홍/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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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가정마다 일반적으로 화분 몇 개는 소장하고 있다. 그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소장하고 있는 화분의 특성에 따라 의미는 많이 달라진다. 그것들이 어떻게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느냐에 따라 가치와 소중함이 플러스 알파를 더 한다. 그것들이 소중하기 위하여는 몇 가지 조건이 따른다.

첫째 역사성이다. 오래 간직할수록 애착을 느낀다. 두 번째 희귀성이다. 아무리 예뻐도 흔해빠지면 가치성을 잃는다. 세 번째 미학성 ( Beauty )이다. 아름답지 않으면 소유욕은 감소한다. 네번째 의미성(Meaning)이다.

동기 부여로 누가 주었으며 어떻게 소유 하게 되었느냐 이다. 대체로 이 네 가지가 충족되면 소중하게 느낄 수가 있겠다. 그런데 위의 조건들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이유에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화분들은 만족도를 준다. 두개는 40여년 전 한국 방문 시에 형님들이 주신 것이다.


그리고 한개는 한때 화초에 미쳐 꽃 도매점들을 뒤지고 다닐 때 발견한 화초다. 먼저 것들은 난들로 형님들이 주신 것들이며 하나는 대엽(잎이 넓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엽(잎이 좁은 것) 인데 대엽은 흔히 드라마에서 왕궁이나 회장의 사무실에 세트로 나타나며 그중에도 소엽은 대원군이 즐겨 쳤다는 미술의 소재로 알려져 있다.

거기에 소엽 중에도 드문 잎에 하얀 테가 둘러 있는 것이라 보기 드문 품종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호야 하트’ 로 잎이 심장의 표시처럼 하트 모양이다. 열대성 식물이고 호주가 원산지로 이곳 뉴욕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화초다. 이것들이 이사 자주 다니는 주인 만나 몸살 하느라 지리멸렬 하다가 재작년부터 싹이 돋아나 무성해 졌다.

난 이들을 통해 화분이 주는 잔잔한 기쁨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옆에 있는 서양난인 오키드 ( Ochid )가 입을 삐죽거린다. 겨우내 꽃봉오리를 안고 이제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자기를 빼어 놓았다고.....그래서 난 한마디 했다 ‘넌 위의 자격 조건 두번째에 해당 한다.’ 이런 대화를 하며 귀한 화분을 주신 몇 년 전 돌아가신 셋째형님 김봉섭, 그는 아버님처럼 나를 돌보아 주시고 학문의 길을 열어 주셨으며 찬송과 기도로 신앙의 길잡이셨다. 난을 볼 때마다 화초를 주실 때의 표정과 언어가 생각이 나며 그리워진다.

<김길홍/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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