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봄타령

2022-03-15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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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노래가 여럿인데 아주 오랜 것들 둘만을 소개하면 ‘처녀 총각’이란 노래가 있다. “봄이 왔네 봄이 와/ 숫처녀의 가슴에도/ 나물 캐러 간다고/ 아장아장 걸어가네/ 산들산들 부는 바람/ 아리랑 타령이 절로 나네”

옛날 처녀 총각이 만날 기회가 참으로 없었다 그러나 봄기운은 그런 처녀 총각의 가슴에도 설레임을 주어 나물 캐러 간다는 핑계로 혹은 나무를 하러 간다는 핑계로 서로 얼굴을 볼 기회를 만들었다.

전통적인 봄타령으로는 이런 것이 있었다. “정이월 다 가고 삼월이라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면은/ 이 땅에도 새봄이 온다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강산에 봄이 왔네” 이 봄타령은 제비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봄을 실감한다는 내용이다.


제비들이 남의 둥지에는 안 가고 작년에 자기가 만든 둥지로 돌아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 미국에 제비가 없는 것은 참으로 섭섭하다. 제비는 산에 둥지를 만들지 않고 인가에 둥지를 만들어 사람들과 친근한 새이다.

봄이 사람들을 들뜨게 만드는 것은 하이포타라무스(Hiphotaramus)라는 봄 기운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어렵게 말하는데 어쨌든 사람들을 밖으로 나가게 하고 활동력을 주는 것만은 사실이다.

기독교와 천주교의 최대의 명절 Lent(사순절)는 부활절 전 40일이므로 늘 봄에 있다. Lent는 라틴어의 Lecten을 약한 말로 단순히 봄을 뜻한다. 천주교의 고회실도 가장 바쁜 때이다. 개신교는 이 계절에 부흥회를 많이 가진다.

천주교나 개신교나 회개가 신앙의 기본이다. 천주교는 회개를 신부와 단 둘이 목소리만 들리는 고회실에서 가진다. 개신교는 회개를 어떤 성직자에게 하는 전통이 없어 회개의 강도가 약해질 우려가 있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행복의 세 가지 조건을 말하였다. 첫째 보람찬 일을 찾은 사람, 둘째 마음에 꼭 드는 배우자를 찾은 사람, 셋째 확실한 소망을 가진 사람이다.

보람찬 일이란 수입이 많은 일을 가리키지 않는다. 자기의 인생관과 맞는 일을 가리킨다. 수입이 적어도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 있고 수입은 많으나 별로 일에 기쁨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독신자도 많아지고 있으나 본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하였다.

그 경우 어떤 배우자와 만나느냐 하는 것이 평생의 행복과 직격된다. 그리고 확실한 소망을 갖는 것도 매우 힘들다. 이 경우 신앙은 큰 도움을 준다. 일정한 신을 믿는 사람은 소망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행복의 조건을 생각한다. 정치는 행복의 촉매제가 되려 하고, 철학은 행복의 조건을 추구하며, 문학은 행복의 여건을 분석하고, 예술은 행복의 내용을 그린다. 행복을 찾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불교는 행복이 자비에 있다 하고 기독교는 사랑에 있다고 한다. 유교는 깨달음을 강조한다.

뉴저지 주가 낳은 미국의 위인은 조나단 에드워드이다. 그는 프린스턴 대학의 학장을 지낸 석학이며 목사직을 가진 성직자였고 유명한 철학자였다. 그는 어느 봄날 이런 결심을 하고 이것을 평생 지켰다고 한다. 첫째 목숨이 붙어있는 한 하나님의 뜻을 따르겠다. 둘째 욕이 되는 말이나 행동은 절대 하지 않겠다.

셋째 걱정거리나 수치로 남을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겠다. 사실 이런 결심은 하기 어려운 결심은 아닌데 실생활에서 정말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25년전 봄 성공률 겨우 20%라는 어려운 심장수술을 받고 살아났다. 집에 돌아와 마당 한구석에 작은 꽃이 피어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새로운 생명을 얻으니 과거에 보지 못했던 작은 들꽃이 보였던 것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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