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20대 한국대선과 한미동맹

2022-03-09 (수) 여주영 고문
크게 작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 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격돌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선거가 코앞이다. 베이징 올림픽 때만 해도 코로나로 인해 타격받은 경제를 어떻게 되살릴까가 주요 선거 현안이었다. 그런데 이제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자 안보 이슈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전쟁 종전선언이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같은 안보 정책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매일 TV로 보면서 먼 나라 이야기가 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와 여당은 '친중' 이라는 주홍글씨를 우려한 듯 전과 달리 중국을 향한 비판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지금까지 친중 노선을 걸어왔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의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민주당 4년 동안 친중한 대가가 이거냐", "이게 민주당식 중국몽이냐" 같은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친중 반미 성향의 대선후보가 한국 국민들의 견제를 받는 이유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만약 그런 사태가 벌어졌을 때 미군 대신 한국군을 대만에 파병할 수 있을까.


최근 미국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미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반대했다. 대만의 힘만으로 중국의 침공을 막아내기 어려울 일인데, 미군 파병이 축소될 경우 한국이 나머지를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군의 파병은 잊을 만하면 있었던 일이다. 베트남전쟁 동안 1964년 9월부터 1973년 3월까지 한국 정부가 베트남에 전투 부대를 파병해 참전한 적이 있다. 우방에 대한 책임으로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보낸 것이다. 한국군의 해외 파병은 총 11차례였지만 전투병 파병은 베트남과 비교적 최근인 동티모르뿐이다.

2004년 국회 동의를 거쳐 이라크에 파병도 했지만 비전투부대였다. 그렇다고 죽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 수 있을까. 파병된 다산부대 소속 윤장호 하사가 탈레반 폭탄테러로 전사한 일이 있다.

미국정부는 이라크 치안유지에 필요한 전투부대를 계속 한국에 요청했지만 한국의 반대 여론은 거셌다. 하지만 그때는 명분이 적은 이라크 전쟁. 만약 중국의 대만 침공에 미국이 전투부대 파병을 요청하면 동맹국인 한국이 응할 수밖에 없을까.

한반도는 전쟁휴전 상태일 뿐, 6.25전쟁은 종전이 아니다. 중국의 대만침공이라는 가정이 현실이 되면, 잠시 쉰 전쟁은 재개된다는 의미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문에는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 북한 김일성, 그리고 팽덕회 중공군 사령관 등 3명의 서명만 있다. '하나의 중국' 정책은 한국전쟁 휴전 직후부터 계속 유효한 냉엄한 현실이다.

1954년 제1차 대만침공 위협 이후로 반드시 대만을 해방할 것이라는 중국의 국가정책은 변함이 없다. 베이징 올림픽 개최 직전에도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구역 안에 진입하기도 했다. 중국군은 병력 10만명 규모의 대만 침공이 가능한 해병대 군단을 창설해 이미 편성을 마쳤다고 한다.

이에 질세라 미국은 서태평양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이러니 중국도 북핵 해결에 협조할 리 만무하고, 오히려 북한 입장을 옹호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한미상호방위 원칙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한반도 이외 지역의 분쟁에 개입할 경우 한국은 자동적으로 군사기지를 제공하고 파병도 고려해야 하는 분쟁 당사국이 된다.

만일 중국의 대만 침공이 벌어진다면, 20대 한국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의거해 파병을 할 것인가. 아니면 6.25전쟁 휴전을 계속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전쟁을 거부할 것인가. 친미냐 친중이냐가 이번 대선의 숨은 뜻이 아닐까. 결국 이번 대선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한미동맹이라는 신호등을 두고 좌우의 기로에 서있다.

<여주영 고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