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학자가 정리한 ‘미국불교의 모습들’
2022-03-03 (목)
정리 정태수 기자
한국의 대표적 불교평론전문지 ‘불교평론(hwww.budreview.com)이 최신호(21말~22초 겨울호)에서 ‘불교, 서양으로 가다’는 기획특집을 전면에 다뤘다. ‘한국불교학의 미래’라는 일종의 부제를 단 기획특집은 <미국불교의 모습들>에서 <캐나다불교에 불교에 대한 소고> <영국불교의 역사와 현황> <프랑스불교의 현황과 전망> <독일의 불교, 그 전래의 역사와 현황>를 거쳐 <호주불교의 현황과 전망>까지 6편의 전문가 기고문을 통해, 서양 여러 곳으로 간 불교가 어떻게 뿌리내리고 자라났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그중 미 아메리칸대 철학과/종교학과 박진영 교수가 쓴 ‘미국불교의 모습들’을 간추려 정리한다. 북가주 등지 한인불자들이 자주든 가끔이든 미국불교를 대할 때 느꼈을지 모를 ‘왠지 우리불교와 같은 듯 다른 것 같고 다른 듯 같은 것 같은’ 복합적 인상의 근원이 비교적 또렷하게 제시돼 있어서다.
박 교수에 따르면 미국불교의 현주소는 이것이다. “함께 일어서기 위해 함께 참선한다(Sitting Together So We Can Stand Together).” 이어진 2장(종교 문화 그리고 불교) 3장(선불교와 반문화 운동) 4장(깨침과 사회참여)에서 이는 참여불교로 풀이된다. “참선을 통한 주체의 존재에 대한 진정한 이해, 직관적인 이해가 주체의 현실과의 직접적 만남을 가능하게 한다면...미국불교와 미국 불교학의 특징 중 하나인 불교의 사회참여 문제와 불교윤리학이 자리를 잡게 된다.” 참여불교가 미국불교의 대세로 자리잡는 데는 틱낫한 스님과 달라이 라마 존자의 “영향이 막대했다.”
5장에서 그는 ‘백인불교와 이민불교’를 ‘다소 다름’의 관점에서 비교한 뒤 6장에서는 ‘새롭게 불교학 하기’를 ‘결국 같음’의 관점에서 다뤘다. 미국 불교학의 새로운 모습을 예시하는 가운데 박 교수는 8세기 신라승례 혜초(704~708)의 인도순례기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토대로 한 미시간대 도널드 로페즈 교수의 저서 <혜초의 여행: 불교의 세계(Hyecho’s Journey: The World of Buddhism>(2017) 집약판을 컴퓨터공학도들에 맡겨 혜초와 함께 혜초의 길을 따라 기행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한 것 등을 들기도 했다.
7장 ‘새로운 세대의 미국불교: 함께 대항하려고 함께 참선한다’에서는 예컨대 흑인불교계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대항’의 의미는 분노표출이 아니라 분노조절이며, 무조건 분노는 “또 다른 형태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라는 부처님 가르침을 자각하게 함으로써, 그 자신은 물론 소속 시민사회가 보다 행복한 삶터로 변모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한다는 사례들이 눈길을 끈다. “대승불교의 21세기 모습”이라는 진단까지 따른다. 박 교수는 마지막 8장(나가는 말)에서 “근대 이후의 사회가 종교적 세계관이 주변으로 밀려난 사회라는 것은 이미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우리는 서성거리는 많은 주변인들을 본다”면서도 “(그렇기에) 우리 사회에서 불교의 의미 그리고 불교 수행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미국 불자들의 수행이 미국 사회의 고질병인 인종차별을 개혁하는 데 얼마만큼 영향을 주는지 계산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변화의 많은 부분은 각 개인의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서 원동력을 얻고, 이것이 또한 불교의 가르침의 주요 부분이라고 본다면 이들은 오늘도 이를 실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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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