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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다 암까지 이민생활중 ‘최대 고통’...한인비상기금 신청자 사연들 절절해 가슴 아파

2022-02-11 (금)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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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F 이사회 “어려움 함께 극복하려는 동포사회 감사”

코로나에다 암까지 이민생활중 ‘최대 고통’...한인비상기금 신청자 사연들 절절해 가슴 아파

한인비상기금 이사회 참석자들이 10일 본보 회의실에서 상금 수혜자 선정을 위해 회의를 하고 있다.

영주권자인 한인 A씨(60)씨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그로서리 가게를 열심히 운영했으나 지난해 홈리스가 가게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야 했다.

법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뇌종양 판정까지 받아 삶의 기로에 서있다.

여든 살이 훨씬 넘은 한인 할머니 B씨는 그야말로 생지옥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아들 내외가 범죄에 휘말려 둘 다 감옥에 가면서 남게 된 10살, 8살, 6살된 손자들을 돌보고 있는 상황이다. 본인마저 치매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어린 손자들을 돌보는 일이 이만저만 힘든 것이 아닌 데다 사춘기를 앞둔 큰 손자가 말까지 제대로 듣지 않고 경제적 고통에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모두 겪고 있는 케이스다.

지난 10일 오후 한국일보 시애틀지사에서 열린 ‘한인비상기금’(KEFㆍKorean Emergency Fund) 결산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진과 사회봉사 기관 관계자들은 수혜 신청한 사연들을 읽으며 눈시울을 붉혀야 했다.

어느 때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타격을 받아 하루 아침에 직장이나 사업장을 잃은 한인, 코로나에 감염돼 건강을 잃은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각종 암 등에 시달리는 한인들이 넘쳐났다.

이날 이사회에 수혜자 신청대행기관 책임자로 참석했던 한인생활상담소 김주미 소장은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이 줄어든 한인이 너무나 많다”면서 “먹을 것을 구하는 것도 힘들어 상담소가 실시하고 있는 한인 푸드뱅크를 찾는 한인들도 넘쳐난다”고 말했다.

아시안상담소(ACRS) 이윤선 슈퍼바이저도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고 고령으로 정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을 수혜대상에서 제외했는데도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너무나 많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사회 참석자들은 이처럼 한인사회에 불우이웃들이 넘쳐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따뜻한 온정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본보 캠페인은 경제적 고통으로 시달리는 동포들에게‘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자는 취지로 37년전인 1985년부터 시작됐고, 현재는 서북미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다.


통상적으로 시즌 모금액은 평균 5만~6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와 올해 8만 달러가 넘었다.

캠페인 창립 멤버인 박귀희 이사는 이날 이사회에서 “처음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 불우이웃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자는 취지로 모금을 시작했는데 1만 달러도 모으기 힘들었다”면서 “8만 달러가 넘는 성금이 모인 것이 참 고맙고 놀랍다”고 말했다.

결산 이사회에는 박귀희ㆍ윤부원ㆍ곽종세ㆍ신도형ㆍ이상미ㆍ황양준 이사 등 6명의 이사진과 수혜 신청서를 접수한 상담소 김주미 소장, 대한부인회(KA) 앤젤라 리 매니저, 아시안상담소(ACRS) 이윤선 슈퍼바이저 등이 참석했다.

이날 이사회 진행을 맡았던 윤부원 이사는 “한인들의 성금으로 힘들게 이민생활을 하는 동포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과 용기, 소망을 줄 수 있어 감사하다”면서 “다시 한번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본보는 11월 추수감사절부터 이듬해 1월말까지 집중적인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대한부인회ㆍ한인생활상담소ㆍACRS 등 3개 전문기관을 통해 수혜자 신청을 접수한 뒤 2월 중 이사회를 열어 공정하게 배분하고 있다.

연방 정부에 비영리단체로 등록돼 기탁자들에게 세금공제 혜택이 주어지며 ‘KEF’를 통해 모든 절차가 투명하고 공명 정대하게 집행되고 있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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