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뇌손상 선수들 대책 절실” WSU 유명 풋볼 선수 출신인 그레이슨 안타까운 죽음

2022-01-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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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도로 전락해 지난해 8월 히로뽕 과다투여 사망’

한 때 쟁쟁했던 워싱턴주립대(WSU) 풋볼 스타 플레이어가 작년 여름 한 모텔에서 마약을 강탈하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했다. 그의 전 부인은 그의 비극이 선수생활에서 입은 뇌손상(CTE) 때문이라며 다른 선수들이 그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튼 카운티 검시소는 작년 8월1일 케네윅의 모텔 주차장에서 사망한 댄 그레이슨(54)의 사인이 ‘히로뽕’ 과다투여에 의한 급성 심장마비였다고 밝혔다. 그레이슨은 투숙객과 몸싸움을 벌여 마약과 돈을 강탈한 후 공범의 자동차 쪽으로 뛰어오다가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전 부인 티나 그레이슨은 시애틀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원래 관대하고 가정적이었지만 성격이 점점 충동적이고 난폭해져 자신에게 손찌검은 물론 죽이겠다고 위협까지 해 2018년 보호신청을 내고 별거해왔다며 그 후에도 그레이슨이 판사의 접근금지 명령을 500여 차례나 위반했지만 자기는 그런 그레이슨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웨나치 밸리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풋볼을 시작한 그레이슨은 1988년 WSU에 전액 장학생으로 스카웃 돼 수비수(라인배커)로 뛰었고 다음해 공동 주장이 됐다. WSU의 쿠가 풋볼팀을 알로하 보울 챔피언십으로 이끈 그레이슨은 1989년 Pac-12 리그으 올스타 선수로 뽑혔다. 그는 한 경기에서 태클을 25 차례나 이뤄내 쿠가 팀 역사상 공동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의 NFL 진출은 쉽지 않았다. 1990년 피츠버그 스틸러스에 7번째로 지명된 그는 훈련 합숙소에서 저스틴 스터젤레직 선수의 룸메이트가 됐는데 스터젤레직은 2004년 CTE로 사망했다. 그의 얘기가 2015년 영화 ‘충격(Concussion)’에 소개됐다. 그레이슨은 스틸러스의 개막경기에 끼지도 못하고 캐나다 풋볼리그의 사스캐치완 라프 라이더스에 방출됐다.

그는 캐나다에서 고작 한 시즌을 뛰고는 케네윅으로 이주했고 거기서 어린이 팀의 풋볼코치로 일했다. 티나는 남편이 그 때부터 눈에 띄게 변했다며 밖에서는 여전히 친절하고 관대했지만 집에 돌아오면 정반대로 달라졌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그레이슨도 자신이 CTE를 앓고 있음을 알면서 자의적으로 약을 복용했다며 다른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티나는 풋볼뿐 아니라 축구 선수들도, 아이스하키 선수들도 똑같은 피해를 겪을 수 있다며 남들이 보기에는 멀쩡해도 수시로 강한 충격을 받는 이들의 뇌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체육계가 이들을 체계적으로 돕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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