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천500억달러 투자패키지 이행 ‘동상이몽’…사과·온플법도 ‘복병’
▶ “한·일·EU, 자동차 관세 먼저 면제받기 새 경쟁 체제 돌입”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
한미 정상이 지난 25일 첫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큰 틀에서 승인하고 향후 각론 협의로 넘어가기로 해 일단은 통상 안정화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다.
다만 관건인 총 3천500억달러(약 486조원) 대미 투자 패키지 구체화 방안을 놓고 양국 간 인식차가 있다.
미국은 한국이 먼저 약속을 이행해야 자동차 관세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자동차를 지렛대 삼은 미국의 대(對)한국 통상 압력이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자동차 관세인하 기약 없는 미국…대미 수출 부담 지속
앞서 한국은 미국에 1천500억달러 조선업 전용 투자 패키지와 여러 전략 산업 투자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2천억달러 범용 투자 패키지까지 묶은 총 3천500억달러의 투자 패키지와 1천억달러 에너지 구매 계획을 제시해 관세 인하 약속을 끌어냈다.
31일(한국시간) 정부와 통상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 약속한 관세 인하는 대한국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 향후 도입을 예고한 반도체·의약품 관세 등 크게 3가지다.
우선 미국은 관세 협상 타결 직후인 8월부터 당초 25%로 예고한 대한국 상호관세를 15%로 낮춰 적용 중이다.
상호관세는 이미 별도 품목 관세를 부과하는 철강·자동차나 향후 품목 관세 도입을 예고한 반도체와 IT 제품군 등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 상품이 대상이다.
아울러 미국은 지난 4월부터 전 국가에 적용 중인 25%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를 언제부터 할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반도체·의약품도 '최혜국 대우'를 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유럽연합(EU)에 확정한 '최고 15%'의 세율을 한국에도 적용할 것인지 문서화된 약속을 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7월 30일 관세 협상 타결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에는 여전히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 중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은 EU와 일본에도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관세 장벽 가동으로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182억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5.1% 감소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 정부가 관세 협상 타결 이후에도 자동차 관세를 지렛대 삼아 상대방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은 EU와 처음 무역 합의를 문서화한 공동 성명을 발표하면서 상대방의 선 조치 이후 자동차 관세를 낮추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EU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산 공산품 관세를 전면 철폐하고 미국산 해산물과 민감하지 않은 농식품의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늘려 특혜적 시장 접근권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입법안을 발표하는 등 자동차 관세 인하를 실제 받기 위한 후속 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다만 EU의 이 같은 조치에 미국이 곧바로 호응할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이 한국에도 자동차 관세를 지렛대 삼아 대미 투자 패키지 이행 방식, 농산물 등 비관세 장벽 문제 해결을 도모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한고비 넘긴 대미협상…투자패키지부터 사과·구글지도까지 난제 '산적'
한미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앞둔 협의 과정에서 직접투자 비중 등 패키지 구성, 투자 의사 결정, 이익 귀속 등 문제를 놓고 견해차를 노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가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도출되지 못했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아울러 민감한 농산물 분야에서도 미국이 한국의 '선 행동'을 요구하면서 '비관세 장벽' 해소를 촉구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이번 관세 협상 타결 과정에서 미국에 '과채류 수입 위생 관련 양국 협력 강화'를 공식적으로 약속했다.
정부는 쌀과 소고기의 경우 이번 합의 대상에서 제외됐고, 검역 체계도 기존 틀 자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농산물 추가 개방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한미 간 협력 강화'를 통해 사실상 중단 상태였던 미국산 농산물의 검역 절차 진행 속도가 전보다 빨라진다면 사과, 배, 복숭아 등 미국산 과채류의 한국 수입 일정이 빨라져 실질적인 과채류 중심 미국산 농산물 추가 수입 개방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은 특히 1993년 신청한 사과 검역은 20년 넘게 현재 8단계 중 2단계인 '수입 위험분석 절차 착수'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한국이 구체적 '시간표'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 온라인 플랫폼법 도입, 구글과 애플이 요구한 정밀 지도 반출 허용과 같은 디지털 분야의 이슈들도 미국이 자동차 관세 인하 문제와 연계할 수 있는 휘발성이 큰 사안들이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외형적으로는 미국이 주요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했지만, 한국, EU, 일본이 누가 먼저 자동차 관세를 면제받느냐 하는 경쟁에 새로 돌입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유념하고 관련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9일 SBS 스에 출연해 '자동차 관세 15%가 언제 적용되는지'에 대해 "조속히 인하하기 위한 실무 협의 중"이라며 "당초 계획대로 15%로 인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