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 앞세워 입맛대로 문화 재편…다양성 저지·보수 가치 확산 시도
▶ 하찮은 세부 문제까지 개입…반대 의견엔 보복 위협도 서슴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문화 지형을 보수에 유리하도록 재편하려는 '문화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심지어 청바지 광고나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로고 변경 등 일반적으로 정치와 전혀 무관하게 여겨지는 세부적 문제에까지 간섭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회사 로고처럼 별다르지 않은 것조차 대통령의 눈길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의 생활을 바꿔버림으로써 극우 이념 운동의 영향을 받은 본인의 관점과 취향을 반영하려고 혈안이 됐다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식당 체인 '크래커 배럴'은 의자에 걸터앉은 노인과 술통 그림이 그려진 로고를 오랫동안 사용해오다가, 노인과 술통을 빼고 브랜드 이름만 남겨놓은 새 로고를 8월 18일부터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익숙하고 정겨운 기존 로고를 없애고 글자만 적힌 새 로고를 내놓은 데 대해 보수층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이 이 회사가 '다양성 장려 조치'를 지지한다면서 불만을 터뜨린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결국 업체 측은 백악관 관계자들의 전화를 받고 나서 로고 변경을 철회하고 기존 로고를 되살린다고 26일 발표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치에 대해 축하 성명을 냈다.
NYT는 크래커 배럴 로고 소동에 대해 "사소한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정책뿐만 아니라 미국 문화의 모든 측면을 재편하는 데에 그의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의견이나 취향에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보복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2월 수도 워싱턴DC에 있는 국립공연장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의 대표와 이사장을 포함한 기존 이사 전원을 해임한 후 본인 스스로 이사장직에 취임해 공연 프로그램 선정과 이 센터가 주는 공로상의 수상자 선정 등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
이는 센터를 지원하되 운영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자제해 온 역대 대통령들의 전통과 어긋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케네디센터 공로상' 수상자 선정에 "98% 관여했다"면서 수상자 명단을 8월 13일 센터에 가서 직접 발표했으며, 12월 7일로 예정된 시상식도 본인이 직접 주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역대 대통령들은 케네디센터 공로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기에는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스미스소니언 재단 산하 국립 박물관·미술관·전시관들에 대해서도 "논조, 역사 해석 기준, 그리고 미국적 이상과 부합하는 정도를 평가"하는 특별감사를 실시토록 백악관에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보수적 취향을 건축에 대해서도 강요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지어질 연방정부기관 건물들은 모더니즘 양식 건축을 해서는 안 된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해 온 스티븐 콜베어, 세스 마이어스 등 유력 방송인들과의 계약을 CBS와 NBC 등 민간 방송사들이 연장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강한 호불호를 밝혔으며, 심지어 연장 경위를 수사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아울러 오래 전부터 그를 비판해 온 코미디언 겸 방송인 로지 오도널이 트럼프 2기 당선 이후 미국을 떠나 아일랜드로 이민을 가자 "미국 시민권 박탈을 검토 중"이라고 위협했다. 법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연예계 인사들 중 일부 보수 성향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 지원을 받기도 했다.
여배우 시드니 스위니가 모델로 나온 '아메리칸 이글' 청바지 광고가 인종주의 조장 논란에 휩싸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원인 스위니가 "가장 핫한 광고"를 냈다며 지지 글을 써줬다.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함께 친 인사들은 덕을 보기도 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투수 최고의 영예인 사이영상을 7차례나 수상했으나 금지된 스테로이드 약물 투약 혐의로 명예가 실추된 로저 클레멘스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함께 쳤고,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명예의 전당에 그를 당장 입회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